동행

의사가 되려면 (2025년 9월 23일)

divicom 2025. 9. 23. 10:28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두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집 가까운 츄러스 카페에서 책을 보고 있으면

막 학교에서 나온 듯한 고등학생들이 수능과

대학, 앞날에 대해 얘기하는 말이 들립니다.

 

누군가가 지금 성적으로 의대는 꿈도 못 꾼다고 

하면 '나도 그래'가 이어지고, 그러다 보면 누군가가

'근데 꼭 의대에 가야 돼?' 하고, 그러면 또 다른

목소리가 '엄마가 좋아하잖아!' 합니다. 그리곤 입을

모아 '피부과 의사 하면서 엄마 피부 관리해주면

ㅈㄴ 좋아하겠지' 하고 크게 냉소합니다.

 

엊그제도 그런 얘기를 듣는데 한 학생이 "근데 

AI 시대에 대학을 꼭 가야 하는 거야? AI 전문가 되면

대학에서 배우는 거보다 많이 알 수 있잖아?" 하자

누군가가 "AI 전문가 되려면 대학 가야 되잖아' 했고

그러자 다른 목소리가 "야, 누가 그래? 대학 가야 AI

배운다고? 그냥 혼자 하면 되지. 챗지피티도 있는데!"

했습니다. 잠시 조용한가 했더니 누군가가 "야, 대통령이

서울대 열 개 만든다고 했대. 이러다 우리 다  서울대

가는 거 아냐?" 하자 까르르 큰 웃음이 터졌습니다.

 

서울대 열 개 만들기는 이재명 정부 교육 정책의 핵심으로

소위 '거점 국립대' 아홉 개에 집중적 재정 지원을 해서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전국에 열 개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재정 지원만 하면 대학이 좋아지는 걸까요?

 

나라가 자꾸 천박해지는 건 돈이면 다 된다식 정책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 정책만 세우다 보니 사람 살리기를 목표로

해야 할 의대와 의사의 목표까지 돈이 된 것 아닐까요? 

 

캐나다와 미국, 영국의 의대는 성적이 아무리 우수해도

봉사활동과 지역사회 경험이 부족하면 합격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특히 캐나다에서는 많은 의대가 인성검사(CASPer)를 중시하

집중면접(MEM)에선 단순 암기로는 대비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고 합니다. “일손이 부족하면 누구를 먼저 치료할지”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를 어떻게 설득할지”와 같은 윤리적

문제를 제시함으로써 지원자의 철학을 보는 식인데, 몬트리올대

의대는 1차 선발에서 인성검사를 40퍼센트 반영하고 최종 단계는

집중면접 100퍼센트로 치러진다고 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50921/132433071/2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의 의대는 성적 중심입니다. 면접조차 답을 

외워 준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좋은 성적 덕에 의대에 들어간

사람 중에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 돈 벌어 효도하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생명에 직결된 전공을 선택하는 사람은 드물고 '응급환자 없고

돈은 많이 버는' 과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모두가

돈 때문입니다. 사람은 얼마큼의 돈을 가져야 돈 생각을 하지 않게

될까요? 아니, 돈을 많이 벌고도 여러 광고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보면 '충분한 돈' 같은 것은 없나 봅니다. 

 

서울대 의대가 2027년부터 새로운 과목을 도입해 학생들의 포용,

공감 의식을 키울 거라고 하는데, 과연 과목 몇 개 듣는다고 어려서부터

'돈이 최고'라는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가치관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미 뽑은 학생들의 정신을 바꾸는 것보다 어려서부터 나와 내 가족

이상을 생각하며 자란 젊은이를 뽑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