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부모와 아이 (2025년 7월 28일)

divicom 2025. 7. 28. 22:24

더위를 피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로 갑니다.

너무 더워서인지 학교들이 방학과 종강을 해서인지

손님이 별로 없습니다. 늘 앉는 구석 자리에 앉아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의

단편을 읽습니다. 

 

보스톤에서 태어난 포의 부모는 둘 다 배우였는데,

아버지는 포가 태어난 이듬해 가족을 버렸고

그다음 해에는 어머니가 사망해 포는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의 앨런 부부네에서 자랐습니다.

 

갑자기 카페 안이 시끄럽습니다. 젊은 아빠가 어린

딸을 안고 들어와 카페가 울릴 정도의 큰소리로

말합니다. 몇 명 되지 않지만 손님들이 있는데

그의 눈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혹시 아이에게 청각 장애가 있나 생각하며 관찰하니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는 징징거리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힙니다. 조금 있으니 엄마인

듯한 여인이 들어옵니다. 아빠와 엄마 모두 과장된

언어와 몸짓으로 아이를 대합니다. 요즘 이런 부모를

자주 봅니다. 

 

아이는 몸이 작을 뿐 어른과 같은 사람입니다. 어른을

대할 때처럼 평범한 말과 태도로 대하면 되는데,

과장된 어투와 친절 또는 지시로 아이를 대하는

부모가 적지 않습니다. 속으로 혀를 차며 포에게로

돌아갑니다. 

 

포는 뛰어난 추리 소설가, 과학소설의 토대를

놓은 작가, 암호학과 우주론의 발전에 기여한 연구자,

'애너벨 리 (Annabel Lee)'와 같은 시를 쓴 낭만주의의

거두로 인정받고 있지만, 포의 글들을 읽다 보면

그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마음이 아픕니다.

 

보통 사람들은 하나의 인격을 갖지만, 포는 여러 개의

인격을 가졌던 것 같으니까요. 그는 26세에 13세의

사촌 동생과 결혼했으나 그녀는 24세에 요절했습니다.

 

세상의 부모들은 포의 아버지처럼 자신들이 자녀의

인격과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모르거나,

자신들이 편하기 위해 그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연인이나 부부가 되는 것까지는

자기들 마음대로 하더라도 아기를 낳아 기르는 일만은

깊이 생각한 후에 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 노릇을

할 수 없는 남녀가 본능에 이끌려 아기를 낳음으로써

그 아기가 평생 자신 안의 어둠과 싸우게 하진 말아야

합니다.

 

카페의 부모는 여전히 과장 연기 중입니다. 아버지가

의자에 앉아서도 안고 있는 저 딸이 저 아버지 나이가

되면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과장 연기를 하는 

성인이 될지 모릅니다. 카페는 분명히 냉방 중인데

갑자기 더위가 가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