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에 말매미 울음 소리를 처음 들었습니다.
말매미가 울었으니 참매미도 울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아직도 참매미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말매미는 쓰으... 불분명하게 울고 참매미는 선명하게
매앰 맴 우는데, 뒷산에선 오늘도 쓰으... 소리뿐입니다.
말매미는 덩치도 크고 힘도 세고 소리도 커서 매미의
왕으로 불린다지만 저는 바로 그 점 때문에 말매미보다
참매미를 좋아합니다. '힘세고 소리도 큰' 매미가
'돈 많고 뻔뻔한' 사람들 같아서입니다.
요즘 가끔 의도치 않게 티브이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국회 인사 청문회 장면을 볼 때가 있는데, 그들이 저를
놀라게 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제일 놀라운 건
묻는 말에 답하지 못하는 장관 후보자들입니다.
장관 후보자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모르면서 얼굴을
붉히지 않는 것도 놀랍고, 모르면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되는데 말 같지 않은 말을 중언부언하니 놀랍습니다.
교수나 법조인 등 장관 후보자가 되는 사람들은 대개
지식을 꽤 오래 연마한 사람들입니다. 지식인이라고 해서
꼭 아는 게 많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이 어떤 사안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 것입니다. 그런데 분명하게
대답을 못하고 중얼거리는 걸 보면 '아, 이런 사람들이
설치니 개그 프로그램이 망하고 나라꼴이 이렇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주변엔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이유는,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을 받았을 땐 '모른다'고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산은
산이라 하고 물은 물이라 하는 것, 그 기본적인 것조차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장관 후보자가 되는 걸까요? 약한 사람들에겐
센 힘과 큰 목소리로 군림하며 강한 사람 앞에선 '쓰으...'
말매미처럼 불분명한 소리만 내며 살아온 걸까요?
실패한 개그 같은 인사 청문회를 보며,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들 중에 제 친구는 하나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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