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포르쉐 젊은이에게 (2025년 7월 10일)

divicom 2025. 7. 10. 07:05

열대야로 인해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만치 잠의 실루엣이 보였지만

잠은 겁먹은 동물처럼 미적미적했지요.

37도가 넘는 낮 후에 찾아온 어둠 속이니

그럴 만도 했지요.

 

그래도 잠은, 용기 내어 키오스크 앞에

선 노인처럼, 포기하지 않았어요.

가만가만 다가와 다정한 검은 손으로

귀와 눈을 닫아 주었지요. 낯익은

잠의 손길 덕에 열대야를 잊고

꿈나라로 한 걸음 들어섰지요.

 

내일이 오늘이 되려는 순간이었어요.

잠의 품에서 눈을 뜨면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게 되겠구나, 강 같은 평화에

몸과 마음을 담갔어요.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부우~웅, 부우~웅! 

동네를 울리는 굉음이 힘겹게 얻은 평화를 

조각냈어요. 지나가는 부우~웅이 아니었어요.

잠은  승냥이에게 쫓기는 사슴 꼴이 되어

죽어라 하고 달아났지요.

 

잠을 유린 당한 제가 룸메에게 물었어요.

저게 무슨 소리죠? 배달 오토바이인가요?

룸메가 피곤한 어조로 말했어요.

이층에 사는 젊은 애 포르쉐 소리요.

낮에도 저러고 밤에도 저래, 틈만 나면.

 

포르쉐 타는 젊은이여, 나는 당신이 왜

밤낮으로 부우~웅거리는지 몰라요.

그 소리를 좋아할 수도 있고, 자신이 포르쉐를

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겠지요. 당신 인생에 포르쉐보다 좋은

일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을 거고.

 

사람이 무슨 일을 할 때는 다 이유가 있지요.

당신의 부우~웅에도 아주 좋은 이유가 필요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열대야 속 사람들의 평화를 조각낸

값을 호되게 치러야 할 테니까요.

 

아니, 당신에게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어젯밤 부우~웅으로 살아 있음을 느꼈듯,

언젠가 아주 극심한 고통으로 살아 있음을 느끼며

승냥이 앞의 사슴이 되어 보길 바랍니다. 그때

당신이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일을 겪느냐'고

불평하다가 문득... 어젯밤 일을 떠올리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