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10월 (2010년 10월 1일)

divicom 2010. 10. 1. 09:01

10월은 시월(詩月)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월 시, 나희덕의 '시월' 전문입니다.

모든 분들께 행복한 추수의 시월을 기원합니다.

 

시월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 위로 무심히 흘려 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살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산기슭에 걸터앉아 피웠을 담배 연기

저 떠도는 구름이 되었으리라고,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 물든 잎사귀와 물,

山門을 열고 제 몸을 여는 바위,

도토리, 청설모, 쑥부쟁이뿐이어서

당신 이름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져

물 위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 줄 당신은 아실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나질 수 있을까

이승이 아니라도 그럴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