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가을 (2010년 10월 6일)

divicom 2010. 10. 6. 08:20

"내가 내리고 떠난 시골 역마다

기침 속의 코스모스가 퍼부어 피어 있고

네 눈시울이 하늘 속에서 떨어졌네

밤 깊으면 별들은 새끼를 치네

네 죽음을 쌓은 비인 식탁 위에서

나는 우연한 짧은 편지를 받았네

편지는 하나의 죽음, 하나의 삶

나무잎이 스스로 지기보다는 바람에 져야

가을 풀밭 벌레는 화려하게 죽고

이토록 네 지문 같은 목소리의 잎이 지고 있네"

 

--고은전집 <해변의 운문집>에 실린 시

'어느 소년소녀의 사계가'에서 '가을'만 인용.

원래 시에는 '역'은 '驛'으로, '식탁'은 '食卓'

'지문'은 '指紋'으로, 시 제목의 '소년소녀'는 '少年少女'

'사계가'는 '四季歌'로 되어 있음.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내일 발표된다고 합니다.

해마다 거론만 되다만 고은(高銀) 시인, 올해는 꼭 수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일본 사람이었다면 1980년대쯤엔 상을 탔을 것

같습니다. 한참 뒤처진 번역 작업, 조국의 뒤늦은 부각... 무수한

정치적 이유들이 그의 수상을 방해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