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라는 말 속의 '저녁 夕' 때문일까요?
오늘 아침은 저녁 무렵 같습니다.
구름에 가리었어도 보름달 님은 저 하늘에 계실 테니
기도가 자꾸 길어집니다.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과 알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의
무지를 덜어 주시고 무명(無明)을 깨뜨려 주소서!
명절 전야 TV도 볼 것 없기는 평소와 진배없었습니다.
낯설고 낯익은 연예인들이 먹고 떠드는 화면을 피해 옛날
영화를 보았습니다. 며칠 전엔 '빠삐용'과 '백 투 더 퓨쳐'가
반가웠습니다. 조폭들의 총질이 난무하지 않는 영화들을 보며
눈물을 훔치고 박장대소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옛 명화는 여전히 명화인데, 보다 보니 짜증이 났습니다.
대사가 지워지고 장면이 지워졌습니다. 저 영화를 만든
감독들이 제 옆에 앉아 TV에 나오는 자신의 영화를 보았으면
정부인지 누구인지 저런 짓을 하는 상대를 찾아
소송하겠다고 했을 겁니다.
선정성이 차고 넘치는 유튜브의 시대에 TV가 방영하는
영화의 장면들과 대사들을 지우는 것, 위선의 소치이며
감상 방해일 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추석 달님 앞에 이미 여러 가지 원願을 담아 기도했지만
한 가지 더 추가해야겠습니다.
보름달 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위선을 조각 내어
영화에 가해지는 시대착오적 폭력들을 끝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