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광복'은 멀어라... (2024년 8월 15일)

divicom 2024. 8. 15. 10:43

 

광복절 아침, 태극기를 걸며 생각합니다.

일제에 빼앗겼던 주권은 79년 전에 도로 찾았지만

이 나라는 아직 '광복'하지 못했구나. 

한국의 근세사가 정치를 벗어나 학문적 논쟁을 통해

진실에 수렴되는 것을 언젠간 볼 수 있을까...

 

일제를 벗어난 후 한동안은 주권을 가진 사람들답게

살려 하더니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다시 식민이

되고 싶어 안달하는 나라.  국어는 못해도 영어만

잘하면 된다고 혀 짧은 어린이들에게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는 나라... 왜 일본의 식민이 되면 안되고

영어의 식민이 되는 건 괜찮은 걸까요?

 

며칠 전 우연히 전에 경향신문에 실렸던 영어유치원,

아니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서 일했던 전직 영어 강사들

인터뷰 기사를 보았습니다.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309281557001 

"원어민 강사는 나 그냥 여기 와서 동화책만 읽으면 돼,

유튜브로 동요 몇 번 들려주고 이렇게 하면 돼, 그냥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

"(영어유치원에서는) 친구들끼리 대화를 많이 안 해요.

애들이 막 조잘조잘해야 하는데 그런 게 많이 없어서

안타까웠어요.”

"한 유아는 처음 왔을 때는 잘 웃고 잘 울고 그런 아이였는데

점심시간 후 영어랑 중국어 진행이 되니까 아이가 점점 표정을

잃어가더라고요. 걔가 (다른 기관으로) 옮길 때는 틱 장애가

오고 그랬어요.”

“어린 연령일수록 대부분 힘들어 하고요 좀 연령이 있는

아이들은 그나마 눈치껏 하지만 처음에는 10명 중 7명이 좀 힘들어해요.”

 

내친김에 동아일보 우경임 논설위원이 지난 13일자 '횡설수설' 칼럼에

쓴 것도 보았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812/126499516/2

 

"보통 5세부터 다니는 영어유치원에 입학하려면 아이가 ‘4세 고시’라

불리는 레벨 테스트를 봐야 한다. 그런데 실력이 있다고 4세 고시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먼저 ‘입금 전쟁’을 치러야 한다.

영어유치원 입학 대기 줄이 길다 보니 원비를 선착순으로 입금받아

레벨 테스트 대상자를 정한다. 3초 안에 입금이 마감된다고 해서

‘3초 컷’이다. 부모가 선착순 입금에 성공해야지 아이가 4세 고시를

볼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1000명 넘게 레벨 테스트를 치른

한 영어유치원은 응시료 수입만으로 서울 강남 월세를 냈다는 이야기가 돈다.

조기 영어 교육 열풍을 타고 전국 영어유치원은 지난해 843곳으로

일반 유치원(8441곳)의 10% 수준까지 불어났다. 2019년(617곳)에

비해 37%가 늘었다. 저출산 여파로 일반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급감한

것과 달리  영어유치원은 ‘저출산 쇼크’에서 비켜나 호황을 누린다.

지난해 어린이집은  2만8954곳으로 4년간 23%나 주는 등 줄폐업이 이어졌다.

똑같이 3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고 유치원이라는 이름을 강조하지만,

영어유치원은 사실 영어학원이다. 학원법 적용을 받아 교습비 상한선도

없고, 학원이 정하기 나름이다. 전국 평균 월 교습비는 141만6000원이다.

서울만 보면 200만 원에 가깝다. 요즘 영유아 공교육(유치원)과

공보육(어린이집)은 정부 지원이 늘어 거의 무상이다. 그런데도 비싼

영어유치원이 필수 코스가 되어 버린 건 공교육이 충족시킬 수 없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는 일찍 배울수록 좋다’는 경험칙을 믿는

부모들은 아이가 어린 나이에 영어에 노출되기를 바란다.

‘영유’(영어유치원)냐, ‘일유’(일반 유치원)냐. 아이를 첫 교육기관에 보내는

엄마는 공교육과 사교육을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선다. 일반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놀이 위주로 학습하고 뛰어노는 시간도 보장이 된다.

그 나이에 꼭 배워야 할 생활 습관이나 사회성도 가르친다. 이와 달리

영어유치원은 교육 과정이 영어 학습에 치우쳐 있어 아이의 균형 있는

발달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많다. 영어유치원 일평균 교습 시간은

4시간 57분으로 중학교 수업 시간과 비슷했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