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225: 버섯 농사 (2024년 8월 18일)

divicom 2024. 8. 18. 11:03

한국에는 약 1,900여 종의 버섯이 서식하는데

그중 400여 가지만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식용버섯은 대개 색깔이 화려하지 않고

세로로 잘 찢어지며 벌레가 먹은 것들이라고

합니다. 

 

저는 버섯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지만 언제부턴가

버섯을 키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버섯은 얼굴,

손등, 팔 등 아무 곳에서나 자라는데, 그 시작은

대개 핑크와 자주를 섞어 찍은 마침표 같은 점입니다.

점은 며칠 지나면 연갈색이 됩니다.

 

핑크자주 점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흐르다 지친 피로구나, 나는 사느라 지치고

내 몸의 피는 흐르다 지치는구나, 검버섯은

피의 무덤이구나, 검버섯이 자꾸 생가다보면

내 몸이 나의 무덤이 되겠구나...

 

그러다 또 생각했습니다. 

표고버섯, 송이버섯, 느타리버섯... 먹을 줄만

알고 키울 줄은 몰랐더니 이제 나도 버섯 농부가

되었구나, 이왕 짓는 농사 즐겁게 짓자!

검버섯아, 넓고 비옥한 나의 농토에서  송이처럼

표고처럼 예쁘게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