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희순 언니 (2010년 9월 17일)

divicom 2010. 9. 17. 08:39

언론의 자유가 제한된 사회에서 신문을 제대로 보는 법은 큰 기사는 대충 보고 작은 기사를 눈여겨보는 것입니다.  큰 기사는 대개 정부를 위한 '선전(propaganda)'이고, 정말 크게 실려야 할 사안들은 지면 밑바닥에 간신히 

실리곤 하니까요. 1980년대초 전두환 정권의 언론탄압 아래 신문을 제작해본 사람은 이런 일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때 생긴 버릇 때문에 큰 기사는 제목만 보고 작은 기사를 꼼꼼히 보곤 합니다.

 

요즘 본 기사 중 가장 마음을 뭉클하게 한 것은 전북 무주군 적상면의 조희순 씨 얘기입니다. 

올해 예순 한 살인 조씨가 추석을 앞두고 무주군청에 기탁한 조끼 마흔 한 벌 때문입니다. 

희순씨는 지역내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이 조끼들을 전해 달라고 했는데, 

이 털 조끼들은 그가 직접 뜨개질한 것이라고 합니다.

 

희순씨는 "내가 가진 재주를 이웃들을 위해 쓸 수 있으니 오히려 감사한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노년이 더 외롭고 

힘드실 어르신들에게 털 조끼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는데, 기사에 곁들여진 그의 사진을 보면 

그도 호의호식하며 사는 것 같진 않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뭘 좀 내놓으라 하면, "이담에 좀 여유가 생기면"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정말 주고 싶으면 형편에 여유가 있든 없든 주고 맙니다. 진정한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표현 방법을 찾아내니까요. 


여름 비가 많아 겨울이 추울거라고 하는데, 무주군 적상면은 춥지 않을 것 같습니다. 

희순 언니 혹 서울 오시면, 제게 연락 좀 주세요. 꼭 한 번 만나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