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서쪽 하늘, 퀭한 얼굴의 달을 보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밤새 잠들지 않고
돌아갈 아이들의 보따리를 불리는 어머니 같습니다. 세상은 아직 조용하나
사람들이 돌아오면 소리도 돌아오겠지요. 죽은 듯 조용하던 집들도 살아날 겁니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 또 할머니의 할머니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 잊고 있던 역사만큼 돌아가야 할 삶 또한 준엄합니다.
그래도 아직 금요일, 진짜 금 같은 하루입니다. 어머니가 주신 보따리를 풀고
젖은 집 안을 말리며 부재의 흔적을 지울 시간입니다.
돌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파블로 네루다의 시 한 편, 선물합니다.
<100편의 사랑 소네트> 중 075번:
"집, 바다, 깃발이 있다.
우리는 또다른 긴 울타리를 지나 돌아다닌다.
입구를 찾을 수 없고, 우리의 부재의 소리도
찾을 수 없다--마치 죽은 듯이.
마침내 집은 그 침묵을 열고,
우리는 들어간다, 버려진 물건들을 넘어,
죽은 쥐, 텅 빈 작별,
파이프 속에서 울었던 물을 지나서.
그건 울었다, 집은-- 밤낮 울었다;
그건 문이 조금 열린 채 거미들과 함께 흐느꼈고,
그 어두워진 눈과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지금, 문득, 우리는 그걸 삶으로 돌아가게 한다,
우리는 자리잡고, 그건 우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건 꽃피어야 하는데 어떻게 꽃피는지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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