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에 오래 살면 동네를 닮는 걸까요?
오래된 동네의 주민들은 대개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옷으로 얘기하면 헌옷 같은 것이지요.
집에서 멀지 않은 오래된 동네를 '재개발'한 곳에
고층아파트 타운이 생기며, 본래 그 동네에 살던
사람들과는 좀 달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새 동네의 주민들은 새옷 같아서 가만히 있어도
티가 나는데 덧붙여 티를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입주한 아파트들의 값이 비싸기 때문에
그곳에 산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요?
아파트들이 늘어나며 제 단골 카페에도 새로운
고객들이 늘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보다
목소리가 크다는 겁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애, 너 뭐 먹을래?" "난 아아!" 하고 외치는 식인데
카페에 자리잡은 후, 즉 카페가 조그맣다는 걸
확인한 후에도 그들의 외침은 그치지 않습니다.
대화조차 큰소리로 하니 대화의 내용이 다른 손님들의
귀에도 다 들립니다. 그들 대다수가 새로 지은 아파트에
살며 아파트와 카페 사이에 있는 교회나 성당에 다닌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하나님'이나 '예수님' 을
입에 올릴 때면 마음이 아픕니다.
커피가 맛있고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 많이 있고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수양딸이 커피값을 선결제해준 덕에 커피를 마음놓고
마실 수 있는 곳이지만 카페 앞에서 고민하곤 합니다.
오늘도 '졸부들의 합창'이 '울게하소서'를 집어삼키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