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이 떨어져 힘들 때 먹으라고 친구가 사준
초콜릿을 오래 먹지 않아 녹을 기미가 보일 때
앓아누웠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어려서 듣던 어른들의 얘기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 '입이 쓰다'는 말의 뜻도
마침내 알게 되었습니다.
입이 쓰니 먹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약을 먹어야 하니 뭔가를 먹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타일렀습니다.
평소에 먹지 않던 컵라면과 초코파이를 먹고
더위 탓에 물렁해진 초콜릿도 먹었습니다.
하나만 먹어야지 했는데 먹다 보니 한 봉을
다 먹었습니다. 초콜릿을 이렇게 많이 먹다니
바보가 되려는 건가, 아이가 되려는 건가...
며칠 앓고 일어나 초콜릿을 검색합니다.
네덜란드의 의학 저널에 실린 연구를 보니
초콜릿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인지력
쇠퇴를 예방하며, 심혈관계 위험을 낮춘다고 합니다.
다크 초콜릿이 더욱 효과적이지만 제가 먹은
초콜릿도 조금은 효과가 있겠지요?
오늘은 좀 움직일 만하고 기온도 다소 내려갔으니
초콜릿을 사러 가야겠습니다.
나이가 계속 쌓이며 입이 쓴 날도 많을 테니
그때를 위해 초콜릿을 비축하는 것이지요.
'입이 쓰다'고 불평하거나 신음 소리로 옆 사람을
괴롭히는 노파보다는 초콜릿 향 풍기는 할머니가
나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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