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64: 살아 있는 사람들은 왜? (2023년 5월 11일)

divicom 2023. 5. 11. 08:51

지난 4월 말 아파트 회장이 된 후 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대표자회의 구성원들과 하루에 한두 번씩 회의를

하고 그래도 미진한 얘기는 전화로 하며 지난 회장이

남긴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바빴습니다.

 

저 혼자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지만 다른

분들의 지혜와 지식 덕에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합니다.

 

다행인 건 이런 상황에서도 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젊었을 때 예기치 않은

나쁜 일에 휘말리면 일의 복잡성에 비례한 두통에

시달리곤 했는데 이제는 풍경을 바라보듯 상황을

바라보며 해결책을 찾습니다.

 

제가 지금의 상태에 이르게 된 데는 여러 친구들의

공이 큽니다.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사람 친구들과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책 친구들... 요즘 바로 옆에서

저를 지켜주는 건 전에도 소개한 적 있는 손턴 와일더

(Thornton Wilder)의 희곡 <우리 읍내(Our Town)>

입니다.

 

101쪽 죽은 자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사이먼

스팀슨 (Simon Stimson)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상에

다녀온 에밀리(Emily)에게 하는 말을 읽으며 지금

제 시간을 갉아먹는 일의 허망을 생각합니다.

중간의 말없음표는 원문 그대로입니다.

 

"That's what it was to be alive. To move about in a 

cloud of ignorance; to go up and down trampling

on the feelings of those ... of those about you. To

spend and waste time as though you had a million

years. To be always at the mercy of one self-centered

passion, or another. Now you know--that's the happy

existence you wanted to go back to. Ignore and blindness."

 

"살아있다는 건 그런 거야. 무지의 구름 속에서 종종거리며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짓밟고, 백만 년쯤 살 것처럼 시간을

소모하며, 계속 자기중심적 욕망에 휘둘리는 것. 이제

알겠지게 바로 네가 돌아가고 싶어했던 행복한

삶이라는 것. 무지와 맹목의 세계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