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남편이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고 10만 원이
들어있는 교통카드를 받았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그의 남편은 몇 해 전 쓰러져 시야가 좁아졌는데
시야는 회복되었지만 몸은 그 시간만큼 나이 들었겠지요.
아직 70대 초반인데 뭘 벌써 면허를 반납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전면허가 '자유' 면허라고 생각하거나 자가용을
'자아의 확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면허를
반납하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을 보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자동차일뿐
자유도 자아도 아니라고 속삭여주고 싶습니다.
저는 1970년 대 후반 신문기자 시절 운전을
배웠습니다. 기자 노릇을 하려면 여기저기 다녀야 하니
배워두라고 신문사에서 서부자동차학원에 등록해
주었습니다. 난생 처음 운전석에 앉아 클러치, 액셀,
브레이크에 대해 배운 후 조수석에 조교를 앉히고
학원 마당을 돌고 나니 그이가 말했습니다.
"아, 운전을 많이 해보셨군요!"
"아니요, 처음인데요!"
"네?" 놀란 눈의 조교가 잠시 멈췄다가 말했습니다.
"이런 분들이 제일 문제입니다. 겁 없는 분들 요.
가능하면 운전을 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조교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면허도 따기 전에
운전을 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를 조수석에 앉히고
언덕길을 올라가다가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액셀을
밟았더니 차가 뒤로 흘러내리면서 골목가의 시멘트
전봇대를 들이받았습니다. 꽝 소리를 들은 동네 사람들이
구경을 나왔습니다. 조수석 아이의 긴장한 얼굴을
보니 운전학원 조교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 후로는 한 번도 운전하지 않았습니다.
운전하지 않고 살았지만 그로 인해 부자유나 자아의
축소를 느끼진 않았습니다. 부자유와 자아에 대해
고민한 적은 많았지만 그건 언제나 제 마음에 기인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운전면허증을 반납할까 말까 고민하는 일흔 넘은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반납해, 이제 차 타지
말고 걸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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