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65: 운전면허 없이 (2023년 5월 15일)

divicom 2023. 5. 15. 11:52

친구의 남편이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고 10만 원이

들어있는 교통카드를 받았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그의 남편은 몇 해 전 쓰러져 시야가 좁아졌는데

시야는 회복되었지만 몸은 그 시간만큼 나이 들었겠지요.

아직 70대 초반인데 뭘 벌써 면허를 반납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전면허가 '자유' 면허라고 생각하거나 자가용을

'자아의 확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면허를

반납하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을 보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자동차일뿐

자유도 자아도 아니라고 속삭여주고 싶습니다.

 

저는 1970년 대 후반 신문기자 시절 운전을

배웠습니다. 기자 노릇을 하려면 여기저기 다녀야 하니

배워두라고 신문사에서 서부자동차학원에 등록해

주었습니다. 난생 처음 운전석에 앉아 클러치, 액셀,

브레이크에 대해 배운 후 조수석에 조교를 앉히고

학원 마당을 돌고 나니 그이가 말했습니다.

 

"아, 운전을 많이 해보셨군요!"

"아니요, 처음인데요!"

"네?" 놀란 눈의 조교가 잠시 멈췄다가 말했습니다.

"이런 분들이 제일 문제입니다. 겁 없는 분들 요.

가능하면 운전을 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조교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면허도 따기 전에

운전을 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를 조수석에 앉히고

언덕길을 올라가다가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액셀을

밟았더니 차가 뒤로 흘러내리면서 골목가의 시멘트

전봇대를 들이받았습니다. 꽝 소리를 들은 동네 사람들이

구경을 나왔습니다. 조수석 아이의 긴장한 얼굴을

보니 운전학원 조교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 후로는 한 번도 운전하지 않았습니다.

운전하지 않고 살았지만 그로 인해 부자유나 자아의

축소를 느끼진 않았습니다. 부자유와 자아에 대해

고민한 적은 많았지만 그건 언제나 제 마음에 기인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운전면허증을 반납할까 말까 고민하는 일흔 넘은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반납해, 이제 차 타지

말고 걸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