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몸에 들어온 감기가 아주 함께 살자 합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소식을 접한 후 깊은 잠을 자지 못하니
감기의 힘이 더 강해지나 봅니다.
웬만하면 해 떠 있는 시간에는 눕지 않지만 직립이
힘들 때는 어쩔 수 없습니다. 까무룩 눈 감았다 깨어보니
긴 유리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제 몸에 앉았습니다.
그 먼길을 왔는데도 햇살은 따스합니다.
문득 신문에서 본 이태원의 신발들이 떠오릅니다.
수십 켤레인지 수백 켤레인지 주인을 잃은 각양각색의
신발들이 쪼르르 바랜 길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 신발들에도 이 햇살이 담기겠구나, 그 신발을 신고
가고 싶은 곳이 얼마나 많았을까... 마음이 아픕니다.
언제부턴가 한국인의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되었고, 애도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저도 흰머리와 주름투성이지만 늙은 사람들이 무섭습니다.
재앙 흔한 이 나라에서 저들은 어찌 저리 살아남았을까...
무거운 몸을 일으켜 기도합니다.
신발의 주인들이여, 다시 태어날 수 있어도
이 나라엔 오지 마소서.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 곳,
흰머리와 주름이 훈장이 되는 곳에 태어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