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뗏목 같은 요에 누워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시기 전
앉으시던 안락의자, 그 의자 아래 방바닥에 앉아 자꾸 붓는
아버지의 종아리와 발을 내 어깨 위에 올려두고 죽어라
주무르던 날들, 짐짓 명랑한 척 종알대는 나를 내려다보시던
그 시선, 그 시선 뒤 영영 떠날 마음, 그 외로움 전혀 내비치지
않으시고 잔잔히 웃으시던...
언제부턴가 내 시선 속에 그 시선 같은 것이 안개처럼 혹은
초미세먼지처럼 스미어, 살아갈 사람들은 앞과 위를 보지만
살아온 사람들의 시선은 뒤와 아래로 향하는 것이, 지기 시작한
꽃의 마른 목처럼 길에 뒹구는 낡은 돌 끌어안는 저녁 이슬처럼...
아버지의 약한 육신은 굳건하고 청청한 정신을 몹시도 괴롭혔지만
아버지는 평생 단 한 번도 아프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으니
고통 또한 그 시선으로 보셨겠구나, 너무도 쉽게 흐르는 내 눈물과
너무도 쉽게 나오는 내 신음소리도 다, 그 시선으로 보셨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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