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95: 아름다운 지우개 (2021년 11월 18일)

divicom 2021. 11. 18. 07:17

산소는 무색, 무취라지만 

산 사람은 유색, 유취입니다.

사람이 살아 움직이는 게 삶이니

삶에도 빛깔이 있고 냄새가 있습니다. 

 

어떤 냄새는 코를 막게 하고

어떤 냄새는 숨을 들이쉬게 합니다.

어떤 냄새는 따뜻한 손 같고

어떤 냄새는 매질 같습니다.

담 없는 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식 냄새는 평화를 나릅니다.

 

제게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요?

여러 십년 쌓인 먼지 냄새?

붉고 푸른 감정의 재 냄새?

끊임없이 받고 있는 사랑의 냄새? 

나무 냄새가 나면 좋겠지만

잡식의 냄새가 나겠지요.

 

아, 이제 알겠습니다.

왜 비만 오면 제 영혼이

제 몸을 끌고 나가는지

 

비, 아름다운 지우개!

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세상의 악취를 씻어내는 

지우개 같은 사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