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잠시 이슬 같은 비가 손등에 내려앉더니
벌써 그쳤습니다. 내일은 종일 비가 온다니
목마른 매실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매실을 기다립니다.
아래는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그림과 시입니다. 그림을 클릭하면 김수자 씨의 블로그
'시시한 그림일기'로 연결됩니다. 맨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서우(暑雨) - 고영민
종이에 채색
서우(暑雨) - 고영민
매실이 얼마나 익었나
우두커니 방에 앉아 비의 이름을 짓네
매실이 익는 비
매실을 보내는 비
떨어져 온종일
한쪽 볼을 바닥에 기대고 있노라면
볼이 물러지고
녹아, 썩어 없어지는
올해도 나무는
들고 있던 꽃을 놓치고
애지중지 열매를 또 놓치고
시큼달큼
이 비는 언제나 그칠까
매실이 가고 없는 가지 끝 허공엔
잎만
빗소리만
저녁시간 소파에 앉아 있으면 새콤한 매실향이 코끝을 스칩니다. 때가 되었군요.
지난 봄, 연두빛 매실열매를 커다란 유리병에 담아 거실 한켠에 두었더니 서너 달만에 신호가 왔습니다.
밀봉했던 뚜껑을 여니 한껏 발효된 향이 전해옵니다. 보슬비 내리듯 소리도 없이 자연스런 과정에 시간이 더해진 오묘한 수확물을 작은병에 나누어 담고 나니 추수한 듯 뿌듯합니다.
가끔 소화불량인 가족의 편안한 상비약이 되거나, 입맛 돋우는 요리의 기본재료인 부엌의 감초로, 가끔은 다가올 겨울밤, 차 한잔의 여유를 누릴 때 지난 봄 마음을 설레게 했던 흰 꽃잎을 떠올리며 매향에 빠져보렵니다.
[출처] 서우(暑雨) - 고영민|작성자 illust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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