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신문에서 김기덕 감독의 타계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녁에 방송의 메인 뉴스에서 다루겠지 했는데 보지 못했습니다.
한국방송 (KBS) 9시 뉴스를 보았지만 김 감독 얘기는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 감독은 칸, 베네치아,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본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영화인입니다.
그런데 한국방송이 그의 사망에 대해 침묵한 것입니다.
한국방송의 종사자들이 그의 사망을 몰랐던 걸까요?
아니면 그가 여배우 폭행과 성폭력 사건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모르쇠한 걸까요?
이유가 어떻든 한국방송의 침묵은 옳지 않은 것입니다.
김 감독이 아무리 나쁜 일을 저질렀어도 그의 영화들이 세계적 인정을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당연히 그의 사망을 보도해야 합니다.
그는 이러저러한 업적을 쌓았으나 이러저러한 잘못 또한 저질렀다고 얘기해야 합니다.
언제부턴가 대중의 눈치를 보며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대중이 싫어할 것 같은 얘기는 당연히 해야 할 때도 하지 않고
대중이 좋아할 것 같은 얘기만 하는 사람들...
이러다간 이 나라가 '비굴 공화국'이 될 겁니다.
불행한 천재, 김기덕 감독의 명복을 빕니다.
김기덕 감독, 라트비아서 코로나19로 사망…영화계 충격
전양준 BIFF 위원장 "韓 영화계 큰 슬픔" 추모
장례 등 향후 일정 미정…외교부 "장례 절차 치원"
【모스크바=AP/뉴시스】김기덕 감독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41회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 올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올해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2019.04.19. |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김기덕 감독의 갑작스런 비보에 영화계가 충격에 빠졌다.
11일(현지시간) 김기덕 감독이 발트3국의 하나인 라트비아 수도 리가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 감독은 지난달 20일 라트비아에 도착했으나 이달 5일부터 연락이 끊겼고, 동료들이 현지 병원들을 수소문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라트비아 북부 휴양 도시인 유르말라에 저택을 구입한 뒤 영주권을 취득할 계획이었다.
그의 사망 소망 소식이 알려지자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고인을 추모했다.
전 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키르기스스탄의 평론가 굴바라 톨로무쇼바로부터 카자흐스탄에서 라트비아로 이주해서 활동하던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환갑일 12월 20일을 불과 한 주 앞두고 코로나19로 타계했다는 충격적인 비보를 들었다. 발트 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 만인 오늘 사망했다고 한다. 한국 영화계에 채울 수 없는 크나큰 손실이자 슬픔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고인의 장례 및 구체적인 향후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국내 유족을 접촉해 현지 조치 진행사항을 통보하고 장례 절차를 지원하는 등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김기덕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41회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4.19. |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김 감독은 칸, 베네치아,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본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영화인이다.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받았고, 같은 해 '빈집'으로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또 '아리랑'으로 2011년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 '피에타'로 2012년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았다. 이 밖에 '섬', '나쁜 남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비몽' 등의 작품을 남겼다.
한국 영화인이 세계 명문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김 감독이 처음이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기 7년 전이다.
국제적 성취에 더해 김 감독의 영화 인생도 주목받고 있다. 1960년 경상북도 봉화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청계천 등지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잇던 그는 20대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고, 1990년 프랑스 파리로 떠나서 3년간 유럽에서 독학으로 영화와 그림을 공부했다. 이후에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 1995년 '무단횡단'이 영화진흥위원회 공모에 당선된 후 1996년 '악어'의 각본과 연출을 맡으며 영화계에 데뷔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 여배우 폭행과 성폭력 논란 등이 잇따라 불거졌다. 2017년 여배우 폭행 혐의로 고소돼 이듬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듬해 전 세계적인 '미투' 파문 속에 그와 영화를 함께 했던 여배우·스태프들이 각종 성적인 행위를 강요받고 폭력에 시달렸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김 감독은 방송사와 여배우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지만, 그해 검찰은 방송사와 여배우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 뒤 김 감독은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2017)을 끝으로 한국 영화계를 떠나 줄곧 해외에서 머물면서 재기를 꿈꿨다. 지난해에는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올해는 카자흐스탄에서 '디졸브(Dissolve)'라는 러시아어 영화를 촬영했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01212_0001267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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