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었으니 이젠 코로나 전쟁도 끝이 보인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백신의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안정성’이 확인되려면 충분한 임상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아직 충분한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어젯밤 우연히 집에서 ‘콘스탄트 가드너 (The Constant Gardner)’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때는 그 영화가 백신에 관련된 영화인 줄도 몰랐고
이렇게 여운이 길 줄도 몰랐습니다.
‘콘스탄트 가드너’는 영화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의 원작자인
영국 작가 존 러 캐레이 (존 르 카레: John le Carré)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랄프 파인즈(Ralph Fiennes)와 레이첼 와이즈 (Rachel Weisz)가
주연하는데, 주 배경이 아프리카여서 아름다운 아프리카 음악이 많이 나옵니다.
원작자 러 캐레이는 이 작품을 이베트 삐에빠올리 (Yvette Pierpaoli)라는 프랑스
출신의 활동가에게 헌정했는데, 두 사람은 1970년대 중반 프놈펜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삐에빠올리는 19세 때부터 세계 곳곳에서 약자들을 위한 삶을 살다가
60세이던 1999년 알바니아에서 살해당했고, 이 영화는 그녀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빌려왔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제약회사들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백신을 실험하고
그 전모를 밝히려는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러 캐레이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첨부한 짧은 글에서
자신의 작품은 자신이 실제로 ‘제약 정글’을 탐험하며 본 것에 비하면
‘그림엽서’처럼 순화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영화를 보고 거의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 영화의 여운 속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베트 삐에빠올리처럼 약자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지 않았으니 부끄럽고,
과연 코로나19 백신이 빈부나 지역에 상관없이 세계 시민들을 구할 수 있을까
회의를 떨칠 수가 없습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꼭 한 번 보시며
자신의 삶도 돌아보시고 코로나 백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어제(14일) 이 글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오늘(15일) 아침 신문을 보니 원작의 작가가
지난 12일 별세했다고 합니다. 처음에 글을 쓸 때는 '존 르 카'로 썼는데
신문기사에는 '존 르 카레'로 나와 있고, 영문 위키피디아에는 '존 러 캐레이'로
되어 있습니다. 훌륭한 작가의 명복을 빌며 그의 별세 기사를 아래에
옮겨 둡니다.
화려함 걷어내고 ‘진짜 스파이의 삶’ 그려낸 존 르 카레 별세
MI6 경력’ 스파이 소설의 대가
대표작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스파이 소설의 대가로 꼽히는 영국 작가 존 르 카레가 12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9세.
영국 언론 가디언 등은 13일 “존 르 카레가 12일 잉글랜드 로열 콘웰 병원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존 르 카레는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그린 스파이 소설로 사랑받았다. BBC는 이날 “그의 소설은 ‘제임스 본드류의 소설’이 가진 화려함과 로맨스를 없애고, 진짜 스파이들의 어둡고 초라한 삶을 그렸다”면서 “그가 그린 세계에서 등장 인물들의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구분은 결코 그렇게 분명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존 르 카레는 필명이다. 본명이 데이브 콘웰인 그는 스위스 베른대학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공부한 뒤 영국 외무부에서 일했다. 영국 정보기관인 MI5와 MI6에서 일한 ‘진짜 스파이’ 출신이기도 하다. 부모가 오랜 기간 떨어져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비밀기관에서 일하는 남성이 신분을 숨기기 위해 집을 자주 비우는 내용을 상상하는 스파이 소설을 구상했고, 정보기관에서 일하며 보다 생생한 자료와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1961년 첫 소설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를 출간했다. 1963년 쓴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가 큰 사랑을 받았고, 이후 전업작가가 됐다. 2017년에는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의 속편인 <스파이의 유산>을 출간하기도 했다. 25편의 소설을 썼으며, 그중 다수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그의 소설 속 페르소나인 ‘조지 스마일리’ 역은 배우 게리 올드만, 루퍼트 데이비스 등이 연기했다.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은 트위터를 통해 “이 끔찍한 해는 문학의 거장마저 빼앗아갔다”고 애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존 르 카레는 배신과 비극으로 가득 찬 부패한 시스템에서 서방과 소련의 스파이를 도덕적으로 타협한 톱니바퀴로 그리며 스파이 소설을 고급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012142158005#csidx46ed6abcd39bf39a9e26dedda6741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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