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성이 되고 2020학년도 입시에서
숙명여대에 합격한 사람이 그 학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입학을 포기한 겁니다. 2020년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숙대는 물론 덕성여대·동덕여대·서울여대·성신여대·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6개 여대의 21개 단체가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트랜스젠더가 여대에 입학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혐오자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저 여성들의 안전한 공간을 지키기를 원할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성전환 수술을 한 여성은 위험 인물이라는 걸까요?
저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온 사람입니다.
중, 고, 대학, 사회, 이 모든 곳에는 '안전'과 '위험'이 상존합니다.
삶은 그 안전과 위험을 즐기고 극복하며 살아가는 여정입니다.
대학을 다니는 사람들이, 혹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이렇게 답답한 사고를 하고 있다면
우리나라 대학 교육은 이만저만 퇴행한 게 아닙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여성이 되고 싶어 고통스런 과정을 감내해
마침내 여성이 된 사람에게 이토록 잔인할 수 있다니...
성전환 여성의 숙대 입학에 반대하는 21개 단체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남성이 기득권으로 작용하는 것을 반대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들은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기득권으로 만들려 하는 것일까요?
평생 처음으로 제가 여자대학 출신이라는 게 부끄럽습니다.
숙명여대 성전환 합격자 "입학 포기하겠다"
A씨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합격 소식이 알려지고 입학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면서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은 숙대의 신입생 등록금 납부 마지막 날이다.
그는 지난 5일에도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커 학교 등록을 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며 입학 결정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대학을 가고자 하는 당연한 목표와 그 속의 꿈조차 누군가에게는 의심의 대상이고 조사의 대상에 불과하다고 느꼈다”면서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되고 반대를 당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을 늘 강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약자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이런 사고에서는 혐오만 재생산될 뿐”이라고 말했다. 또 “성숙한 사람일수록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돼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 된다”면서 “이러한 혐오는 진정한 문제를 가리고 다층적 해석을 일차원적 논의로 한정시킨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A씨는 “이 사회가 모든 사람의 일상을 보호해주고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나는 비록 여기에서 멈추지만 앞으로 다른 분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이 공론화돼 성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연대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A씨는 숙대 입학을 포기하는 대신 내년도 대학 입시를 다시 준비할 계획이다. 다만 그는 “여대는 다시 지원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해 여대를 제외한 일반대 진학 계획을 시사했다.
앞서 숙대를 포함해 덕성여대·동덕여대·서울여대·성신여대·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6개 여대의 21개 단체는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단체 측은 “성명서를 올린 지 12시간 만에 1만명을 돌파했다”면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트랜스젠더가 여대에 입학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혐오자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저 여성들의 안전한 공간을 지키기를 원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일부 숙대 동문들은 ‘성전환자로 숙명여대 최종 합격한 학생을 동문의 이름으로 환대한다’는 제목의 연서명을 진행했다. 동문들은 “성전환 과정을 거친 여성은 입학에 필요한 점수와 절차적 조건들을 갖춰 당당히 통과했다”면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고정관념을 근거로 ‘진짜 여성’과 ‘가짜 여성’을 나누려는 시도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희조·김지영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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