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캐나다 노인, 한국 노인(2020년 1월 31일)

divicom 2020. 1. 31. 12:15

2020년 1월 마지막 날 자유칼럼이 보내준 오마리 님의 글을 읽다 보니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가 떠오릅니다.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65-1939)의 시

'Sailing to Byzantium'의 첫 구절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입니다.


아래 글을 읽으며 이 제목을 떠올린 이유는 많은 노인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것

같아서입니다. 저 또한 매우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불평은 안 합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사는 건 제가 과거에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니까요.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는 이 영화에 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제목이 붙었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영화에 이 제목이 붙은 건 아마도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를 이해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현재는 늘 그들이 살던 시간과 다르니까요.  



www.freecolumn.co.kr

캐나다의 시니어로 산다는 것이

2020.01.31

정원이 있어 꽃과 함께하던 한적한 북쪽 동네에서 남쪽 동네로 이사한 지 한 해 반이 지났습니다. 모란 작약 장미와 목련꽃이 철 따라 피던 정원을 두고 떠나오던 발길이 쉽지 않았지요. 캐나다 살이 중 만든 세 번째 정원을 끝으로, 뜰도 없는 빌딩의 오층 건물로 이사를 한 것입니다. 처음엔 그곳에 미련이 남아 적응이 안 되었고 우울했으며 슬플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살다보면 적응을 하는지 이 콘도(한국식 아파트)에 발코니가 있어 다행입니다. 여름에는 발코니에 꽃과 의자를 두고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고 거실과 식탁에서 하늘과 구름을 볼 수도 있어 위안을 삼습니다.

내가 사는 이곳은 나이아가라 폭포 가는 길목의 인구 20만의 도시입니다. 온타리오의 많은 주택지처럼  계속 인구가 팽창하여 집값이 많이 오른 타운입니다만 나의 주거지는 서민들이 모여 사는 큰길이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건물의 콘도를 구입했던 것이 6년 전인데 한적하고 운치있는 동네를 떠나 큰길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결심한 것은 결코 좋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쾌적한 동네가 아니어서 망설이기는 했지만 수년 전 과감하게 결론을 내렸던 이유는, 내 연령대의 여성들에 비하여 건강이 빨리 나빠지고 있어서 시니어(senior: 65세 이상의 노인을 칭함)가 될 때를 위한 필수 준비를 서둘렀던 것입니다.  

모든 편리한 시설들이 가까이 있습니다. 가정의 병원과 치과, 약국, 우체국, 급할 때 필요한 일용품과 간단한 식품을 파는 슈퍼마킷, 버거킹 햄버거 숍까지 근처 500미터 거리에 있어서 차를 더 이상 몰 수 없게 되었을 때 걸어서 가거나 휠체어를 밀고도 갈 수 있습니다.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엔 백화점이 있는 쇼핑센터와 거래 은행도 있습니다. 큰 길 건너편에는 예술대학이 있어 학교 입구에 여러 곳으로 향하는 버스 노선들이 있고, 그 버스들은 대개가 버스로 5분 거리인 GO(Governemt of ontario) train 기차역으로 연결되어 있어 근처 도시와 토론토까지 1~2시간 정도면 승용차 없이도 갈 수 있습니다. 

시니어가 된 후 처음으로 캐나다에 사는 시니어들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시에서 받는 일반 혜택은 전혀 없고 한국처럼 노인정 같은 편리시설은 인구 20만인 이 도시에 오직 두 곳인데 거리가 멀어 자동차 없이는 불편합니다. 시니어 교육프로그램이 있으나 수업료는 무료가 아니며 치매환자들을 도와주는 데이케어센터( Daycare center)도 없습니다. 집에서 출퇴근하는 그런 시니어 데이케어센터가 아니라 아예 치매환자만 모여 있는 요양원으로 들어가야만 합니다. 

연방정부에서 받는 시니어의 기본 노인연금(OAS)과 시니어이지만 저축성 국민연금(CPP)을 적립하지 않았거나 다른 소득이 없는 저소득층 시니어에 대한 보조금 액수에 관한 것도 알아보았습니다. 현재 캐나다 국적자이거나 영주권자 시니어가 정부에서 받는 노인 기본 연금(OAS)은 최고 한도액이 한 달에 613.53달러(원화 55만 원)이지만 누구나 똑같이 받는 것은 아닙니다. 이민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정책으로 40년 이상 캐나다 거주자만이 최고 한도액을 수령할 수 있으며 거주기간만큼 수령액수가 달라져 내 경우는 25년을 거주했으나 현재 242.98 달러(원화 21만 원)를 받고 있으며 정부 보조금은 일절 없습니다. 저소득층 시니어의 정부 보조금(GIS)은 노인 기본연금과 보조금을 합하여 최고 한도액이 1529.95 (원화 136만 원 정도)달러입니다. 

노인 기본연금 수령액이 적든 많든 소득이 전혀 없을 경우의 총 합계이며 별도의 소득이 있다면 보조금은 적어집니다. 보조금의 최고 한도액은 916.38 (81만 3천원)달러입니다. 그리고 저축성 국민연금(CPP)의 최고 한도 수령액은 한 달 1,200달러 정도이지만 그것도 얼마나 오래 적립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 연금은 소득으로 계산되어 정부 보조금의 수령액이 적어집니다.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매월 정부 보조금(GIS)과 노인 연금(OAS)을 합한 최고 한도 수령액 1,529.91 달러(원화 136만 원 정도)의 연금과 저축성 국민연금 최고 한도 수령액 1200달러로 캐나다에서 특히 GTA(Great Toronto Area)토론토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요? 이 경우는 보조금이 줄어듭니다. 내 경우는 저축성 국민 연금(CPP)수령액이 약 600달러여서 정부에서 내가 받는 노인연금과 국민연금 합계가 842.98 달러입니다.

그래서 주거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자산이나 저축이 없는 시니어들은 연금으로 살 수 없어 집을 담보로 역대출을 받아 살아가든지 집을 팔고 정부 보조 임대 아파트로 옮겨가야 하는데 신청에서 입주까지 10년이 걸립니다. 이런 경우에도 무료가 아닌 연금의 액수와 소득에 비례한 임차료를 정부에 지불해야 하고, 주택 소유자가 아니거나 수입원이 없거나, 저축이 없는 시니어들은 결국 홈리스가 되든지 빈민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사는 곳 근처 서민층의 오래된 시설의 아파트 임대료가 한 달 1,800 달러( 1방, 1거실, 부엌, 욕실 ), 2,000달러(방 2, 거실 1 부엌 욕실) 인데 이런 임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시니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거기에다 식품비조차 30% 올랐습니다. (온타리오 한국 식품점에서 판매하는 한국산 식품비는 2년 전에 비교하여 40~ 50% 상승) 지하철 버스 교통비도 무료가 아닙니다.  

캐나다의 IT통신 요금은 비싸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내 경우 핸드폰 수수료는 8기가 사용료로 매월 82달러~100달러이고 가정용 인터넷은 제한된 TV 체널과 전화 포함하여 125달러를 지불합니다. 나의 노인연금 수령액이 이 통신시스템 사용료로 모두 쓰이게 되는 것이지요. 

내가 사는 컨도 관리비는 매월 1,000 달러이며 주택세가 1년에 3,000 달러 정도입니다. 식품비 약값, 보험료, 유류, 차 경비 등 아무리 절약한다고 해도 정부에서 받는 연금으로는 매월 수 천 달러 적자입니다. 그러니 임대아파트를 렌트해서 살거나 자가 소유의 콘도를 가지고 있거나 상관 없이 정부가 저소득층 노인에게 주는 최고 한도액의 보조금으로는 생존이 어렵습니다. 물론 직장연금(소방서원 이거나 공무원, 은행 같은 대기업 경우)을 많이 받는 시니어는 형편이 좋겠지만요.

의료 서비스가 무료이지만 시니어들도 예외 없이 MRI, CT 촬영 암 검사등은 6개월~1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전문의와의 상담은 최소 3~6개월 걸리며 수술은 1~2년씩 차례를 기다려야 합니다. 약값도 개인이 지불해야 합니다. 1년에 한 번 시력 검사, 폐렴 대상포진 독감 예방주사, 건강검진이 무료로 정부에서 주는 혜택이지요. 긍정적인 것은 슈퍼나 백화점이 일주일에 하루 시니어들을 위한 날을 정하여 할인 판매를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10%~5% 할인해주며 맥도날드도 시니어에게는 커피를 1달러에 판매합니다. 

복지 천국으로 알려진 캐나다에 사는 시니어의 실상은 녹녹하지 않습니다. 추운 겨울이면 시니어들이 모여 놀 곳도 없는지 특히 남성 시니어들은 맥도날드 숍이나 백화점 입구 소파에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여성에 비하여 남성 시니어들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한국 남성 시니어들은 맥도날드에 모여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하여 눈총을 받는 일로 문제가 되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국에 사시는 시니어들만 힘든 게 아니고 한국에만 빈곤층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세계 어느 국가에 가보더라도 복지 국가인 캐나다처럼 빈민도 있고 거지도 있으며 힘없고 돈 없는 퇴직한 노인들이 길거리에 앉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도 흔히 보게 됩니다. 그래도 한국에는 지하철 연결이 잘 되어 있어 시니어들은 무료 지하철 사용으로 갈 곳도 많아 보였습니다. 또  빠른 의료 시스템, 치매 환자에 대한 국가 보조금과 간병 도우미들을 쓸 수 있는 혜택이 있고, 노인 무료 데이케어센터도 있으니 여기 캐나다보다 훨씬 낫습니다만 한국인들은 만족을 하지 못하고 사는 것 같아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가난했던 나라에서 고생만 많이 하고 이젠 젊은 세대들에게 부양은커녕 존경도 받지 못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로 태어난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모두가 부러워하는 캐나다에 살고 있지만 나 역시도 부모 봉양과 자식 뒷바라지에 삶을 다 바친 후 이 시대까지 숨차게 달려 온 코케네이디언(Ko-Canadian) 시니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씁쓸하지만 이제 그 슬픔을 견딜 수밖에 없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오마리

미국 패션스쿨 졸업, 미국 패션계에 디자이너로 종사.
현재 구름따라 떠돌며 구름사진 찍는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