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반가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쁜 날인만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부재를 확인하는 슬픈 날입니다.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던 시간을 뒤적입니다.
그때 더 사랑할 수는 없었을까, 아니 사랑을 좀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었을까.
설 쇠며 아흔 하나가 되신 어머니는 오히려 젊어지신 듯한데
올해 회갑을 맞는 아우는 아직도 허리가 아파 고생 중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종손들(조카들의 아이들)은 부쩍 자란 듯하고
지난 연말 결혼한 조카 부부는 반짝반짝 행복해 보입니다.
나라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지만 집안은 아직
노소 균형이 맞으니 다행이라고 할까요?
반갑게 만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자랍니다.
떠나신 지 5년이 되어가는 아버지,
제 약함과 어리석음까지 사랑하셨을 그분이 그립습니다.
엊그제 문태준 시인 덕에 이재무 시인의 시를 읽고 좋아했는데,
오늘은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詩詩한 그림일기'에서 또 한 편
그의 시를 읽었습니다. 아래 그림을 클릭하면 '시시한 그림일기'로 연결됩니다.
뒤적이다
이재무
망각에 익숙해진 나이
뒤적이는 일이 자주 생긴다
책을 읽어가다가 지나온 페이지를 뒤적이고
잃어버린 물건 때문에
거듭 동선을 뒤적이고
외출복이 마땅치 않아 옷장을 뒤적인다
바람이 풀잎을 뒤적이는 것을 보다가
달빛이 강물을 뒤적이는 것을 보다가
지난 사랑을 몰래 뒤적이기도 한다
뒤적인다는 것은
내 안에 너를 깊이 새겼다는 것
어제를 뒤적이는 일이 많은 자는
오늘 울고 있는 사람이다
새가 공중을 뒤적이며 날고 있다
<슬픔은 어깨로 운다. 2017.천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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