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신문에서 만난 시, 어머니를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돌아와 다시 읽습니다.
어머니에게서 자꾸 '떨어지는 잎을 보며 슬퍼'했는데, 시인은 슬퍼하지 말라고 합니다.
모두가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것이니 '사라져 가는 것을 탓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하지 말라는 걸 하는 건 오래된 저의 습성이니, 아까 어머니에게서 떨어져 날리던 잎들이
저는 아직 슬픕니다.
시는 김종해 시인의 것이고 시 아래 글은 문태준 시인의 글입니다.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경향시선'에 실린 시와 일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외로운 별은 너의 것이 아니다
떨어지는 잎을 보며 슬퍼하지 마라
외로운 별 그 안에 와서
사람들마저
잠시 머물다 돌아가지 않더냐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것이든 사라져 가는 것을
탓하지 마라
아침이 오고 저녁 또한 사라져 가더라도
흘러가는 냇물에게 그러하듯
기꺼이 전별하라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사람들
네 마음속에
영원을 네 것인 양 붙들지 마라
사람 사는 곳의 아침이면 아침
저녁이면 저녁
그 빈 허공의 시간 속에서
잠시 안식하라
찰나 속에서 서로 사랑하라
외로운 별은 너의 것이 아니다
반짝 빛나는 그 허공의 시간을
네 것인 사랑으로 채우다 가라
김종해(1941~)
낙엽이 나뒹군다. 바람에 한쪽 구석으로 몰리면서. 저 낙엽은 한때 새잎으로 돋았고, 너르고 둥글고 푸른 잎사귀였으며, 오색(五色)의 단풍이었다. 아침과 저녁이 살았고, 네 계절이 살았다. 그러나 이제 시간이 냇물처럼 흘러 멀리 가듯이 저 낙엽의 모든 시간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그 시간들과 작별하지 않을 수 없다. 열흘 붉은 꽃은 없듯이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우리는 지금, 여기를 살 뿐이다.
시인은 시 ‘푸른 별에서의 하루’에서 지구를 작고 아름다운 푸른 별이라며 “만리 바깥을 보지 말라던/ 앞선 사람들의 유훈을 깜빡 잊어버렸다/ (…)/ 푸른 별은 언제나 나의 일상 속에 있다”라고 썼다. 아침에는 아침의 시간을 살고, 저녁에는 저녁의 시간을 살고, 거기에 안식하고, 거기에서 서로 사랑하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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