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어버이 안 계신 어버이날(2019년 5월 8일)

divicom 2019. 5. 8. 08:08

아버지 돌아가시고 네 번째 맞는 어버이날, 

아버지를 뵈러 아버지 방에 가고 싶지만 아버진 그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그립지만 아버지와 관련해 후회되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아버지 방 문턱이 닳도록 자주 찾아뵈었기 때문이겠지요.


단 한 가지 후회되는 건 아버지를 안아드리지 못한 것입니다.

평생 스승으로 우러러 뵈었던 분이라 안아드린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그게 후회됩니다.

버릇없다는 핀잔을 듣더라도 용기를 내어 한 번 안아드렸어야 하는데...


다시는 그런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아

어머니는 자주 안아드립니다.

사랑도 지식 같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음을 절감합니다.

어버이날 안 계신 어버이를 떠올리며 후회하는 사람이 줄어들길 바라며

머니투데이 기사를 옮겨둡니다.


"어버이날인데, '어버이'가 없네요"

남형도 기자 입력 2019.05.08. 06:00

#박경덕씨(61)는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위암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10년 전 이미 돌아가신터라, 부모님을 모두 여의게 됐다. 어버이날이 되면 박씨는 두 분 생각이 난다. 가장 후회되는 건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 트럭 기사 일을 하는 박씨는 입에 풀칠하느라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는 "잘해주고 싶어도, 이제는 그럴 부모님이 없다"며 "매년 어버이날이면 속상한 맘이 든다"고 했다.

'어버이'를 먼저 떠나 보낸 사람들은 저마다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아직 부모님이 살아 계신 세상 모든 자녀들에게 말이다. 8일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이들을 만나 얘길 들었다. 부모님이 세상에 없단 허전함과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각자 다른 방식으로 털어 놓았다.

이희자씨(57·가명)는 8년 전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돌아가시기 전엔 요양 병원서 3년 동안 모셨다. 어버이날이 되면, 어머니가 좋아하는 수정과와 약과를 사들고 병원에 찾아가곤 했다. 노쇠해진 어머니는 딸을 보면 애써 몸을 일으키며 반겼다. "왜 이런 걸 사가지고 오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어머니 손을 잡고 천천히, 인근 산책로를 걸었었다. 그땐 그 시간이 그리 귀한 줄 몰랐다.

어느 봄날, 아이들 저녁 준비를 하다 어머니가 위독하단 연락을 받았다. 그 길로 달려갔을 땐 이미 의식이 없었다. 눈만 지그시 감고 있는 모친을 보고, 이제 헤어질 때란 걸 알았다. 새벽까지 뜬눈으로 지새다 돌아가시는 모습을 봤다. 이씨는 어린 아이처럼 꺽꺽 거리며 목놓아 울었다. 이제 세상에 엄마가 없단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3년쯤 지나자 슬픔이 조금 잠잠해지고, 그게 자연의 순리란 걸 받아들이게 됐다. 이씨는 "어머니 생신 때 모시고 여행 간 적이 있는데, 무척 좋아하셨다"며 "지금 그 때로 돌아간다면 더 많이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했다.

최영호씨(44)는 아버지가 10년 전 돌아가셨다.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는 호랑이처럼 무서웠다. 잘못한 일이라도 생기면, 굵은 몽둥이부터 올라갔다. 그래서 둘 사이가 썩 좋진 않았다. 함께 있으면 데면데면했다.

최씨가 아버지와 사이가 가까워진 건 20대 후반이 다 된 뒤에서였다.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아버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그 무렵 그의 아버지도 병치레를 하며 심신(心身)이 약해졌다. 최씨가 학교 다닐 땐 북한산을 날아다니던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있는 걸 보며, 그는 맘이 안쓰러웠다. 그럼에도 속마음을 얘기하진 못했다. 그저 무뚝뚝하게 있었다, 딱히 할 말이 없단 이유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야 최씨는 커다란 빈자리를 느꼈다. 최씨는 "아버지에게 평생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못 한게 아직도 후회된다"고 했다.

올해 어버이 없이, 어버이날을 맞은 이들은 당부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들이 몇 번이고 강조한 말들은 다음과 같다.

"부모가 언제까지 살아 계실 것 같죠? 반드시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이 옵니다. 근데 그걸 잘 몰랐어요. 내 일이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옆에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손도 잡아 드리세요. 맛있는 것도 함께 먹고요."(서울 성동구 거주 유모씨(75))

"별 일 없어도, 전화 한 통이라도 더 하세요. 그걸 그렇게 잘 못했습니다. 후회합니다."(경기도 거주 장순덕씨(61))

"엄마, 아빠라 맘껏 부르던 시간들이 그립습니다. 지금은 돌아갈 수 없단 걸 잘 압니다. 그래도 그립습니다."(서울 관악구 거주 정모씨(49))

남형도 기자 hum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