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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누구의 책임인가?(2019년 3월 6일)

divicom 2019. 3. 6. 11:08

세상은 미세먼지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이 나라를 집어삼킨 건 누구의 책임일까요?

중국을 욕하는 사람들과 정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책임이 없을까요? 


마스크를 쓰고 동네 길을 걷다 보면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공사장에서 뿌연 먼지 구름이 일어납니다.

물을 뿌린다지만 그야말로 '새 발의 피'입니다. 

배기가스를 뿜어대는 자동차들이 끊임없이 도로를 질주하고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주차해둔 차들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넷 조선일보 1월 19일 자에서 노후 경유차가 배출하는 초미세 먼지(PM2.5)가 같은 차종의 휘발유차에 비해 

130배 이상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당연히 노후 경유차 운행을 금지해야 하지만 금지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전국적으로 2005년 이전 출시한 노후 경유차 266만 대가 운행 중이라고 합니다.


인터넷 경향신문에 1월 16일에 게재된 기사를 보면 경유차의 수는 올 상반기에 1000만대를 넘어설 거라고 합니다. 

전체 등록차량 중 경유차의 비중은 42.8퍼센트로 역대 최고치입니다. 작년 말 현재 등록 경유차는 992만9537만대로 

전년보다 35만3142대(3.6%) 증가했다고 합니다. 


경유차 958만대 중 57.1%인 546만대는 승용차이고, 화물차 330만대(34.5%), 승합차 73만대(7.6%), 

특수차 8만4000 대(0.8%) 등이 있는데, 화물차 등 다른 차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승용차만은 경유차를 타지

않으면 안 될까요? 경유가 휘발유보다 싸고 경유차가 힘이 좋다는 등의 이유로 경유차를 탄다지만

마스크 없이는 꼼짝할 수 없는 미세먼지 바다에서도 그런 이유가 의미 있는 걸까요? 


그런가 하면, 수퍼나 빵집 등에서 파는 거의 모든 상품은 비닐 포장이 돼 있고 어떤 물건은 겹겹이 포장된 것도 있습니다.

비닐봉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비닐 쇼핑 봉지를 거저 주지 않고 돈을 받지만 그래도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아주 소수입니다. 


지금 우리를 장악한 미세먼지가 묻습니다. '나를 낳은 게 누구냐?'고.

아래에 오늘 경향신문에서 본 칼럼을 옮겨둡니다.

이 칼럼의 주인공을 빼고는 우리 모두가 미세먼지의 부모가 아닐까요?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다]그는 비닐봉지를 쓰지 않는다

김해원 동화작가

오래전에 석유화학회사 홍보 책자를 만든 적이 있다. 그 회사는 폴리에틸렌을 생산했는데, 쌀알 같은 폴리에틸렌 알갱이를 촬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색깔의 알갱이를 섞어 찍었다가, 나눠 찍었다가 하느라 알갱이하고 씨름해야 했다. 알갱이를 색깔별로 구분해야 할 때는 손이 모자라 한 무더기씩 집으로 가져가 온 식구가 밤새 머리를 맞대고 앉아 골라내기도 했다. 식구들은 신기해했다. 이 작은 알갱이가 파이프가 되고, 비닐봉지가 되고, 컵이 되고, 헬멧이 되다니….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다]그는 비닐봉지를 쓰지 않는다

어디 그것뿐이랴. 변신이 무궁무진한 폴리에틸렌은 영국왕립화학협회가 꼽은 ‘현대 사회를 만든 위대한 화학 발명 다섯 가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 폴리에틸렌, 그러니까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현대인의 삶이란 상상하기 어렵다. 인류는 다시는 종이를 불리고 이겨 만든 함지나 박을 쪼개 속을 파낸 바가지를 쓰던 때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 영원불멸의 발명품에 도취된 인류는 플라스틱을 물어 와서 새끼한테 먹이는 바닷새나 비닐봉지를 뜯어먹는 북극곰 사진을 보면서도 대개 초연하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인간 때문에 다른 동물이 고통받는 걸 지켜만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지요. 맨 먼저 결심한 게 대형 마트에 가지 않는 거였어요. 마트에서 장을 보면 비닐봉지는 물론이거니와 플라스틱 용기까지 쓰레기가 한 상자는 나오잖아요.”

그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전통시장을 다니기 시작했으며, 얼마 전부터는 시장에 갈 때 아예 장바구니 안에 반찬통을 넣어 간다. 상인들은 으레 비닐봉지를 뽑아 식재료를 담으려다가 그가 내민 반찬통을 의아하게 바라본다고 했다. “유난 떤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저도 번거롭긴 하지요. 과연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나 하나라도 덜 쓰면 낫지 않을까요?”

나 하나라도, 그 말을 곱씹는 내 손에는 생수병과 깜장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나 하나 때문에 이렇게 하늘이 희뿌옇게 된 것은 아닌가? 무턱대고 쓰고 버리고 만들고, 폴리에틸렌 분자 사슬보다 강한 이 사슬을 끊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영 눈부신 봄볕을 잃는 것은 아닌가?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052048005&code=990100#csidx6c5430133ba9b2ab280796ed40c8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