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태극기 세력을 믿으셔야 합니다'(2019년 3월 4일)

divicom 2019. 3. 4. 16:32

한때 많은 국민을 웃게 했던 '개그콘서트'가 웃음을 주지 못하게 된 지 오래입니다.

어젯밤에도 '개콘'을 보다가 재미가 없어서 채널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미세먼지 가득한 월요일 아침 '개콘'보다 훨씬 재미 있는 글을 만나 

어제 웃지 못한 웃음을 웃었습니다.

경향신문 이용욱 정치부장의 글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웃지 못한다면 '혹시 내가 틀에 박힌 형식에 담긴 

익숙한 주장에 길들여진 것 아닌가' 자문해 보는 게 좋겠지요.




아침을 열며]태극기 세력을 믿으셔야 합니다

이용욱 정치부장

우리는 태극기 세력입니다. 탄핵의 결정적 증거였던 태블릿 PC는 조작이고 ‘무죄’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즉시 풀려나야 한다는 것이 우리 생각입니다. 다들, 심지어 자유한국당에서도 ‘한 줌도 안되는 세력’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대회장 안팎에서 ‘의리남’ 김진태 의원을 열렬히 응원했고 배신자 오세훈 전 시장에게 야유를 보냈습니다. 우리가 지원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신임 대표가 됐고, 김순례 의원은 5·18 망언논란에도 최고위원에 당선됐습니다. 우리 스스로 당의 주류임을 증명한 것이죠. 이제 우리 요구를 하려 합니다.

[아침을 열며]태극기 세력을 믿으셔야 합니다

당무의 최우선은 박 전 대통령 석방에 맞춰져야 할 것입니다. 황 대표도 ‘태블릿 PC’ 조작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그렇게 보고 있다”고 했고,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객관적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정치적 책임을 물어 탄핵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의 ‘탄핵 원인무효’ 주장에 공감한 겁니다. 그러므로 황 대표는 전대 과정에서 던진 발언들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우선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위한 전 국민적 서명운동을 진행하십시오. 대선 무효 투쟁의 병행도 고민해야 합니다. 대선 무효를 주장해온 김진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내 특위를 꾸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황 대표는 당선 후 “이제는 미래로 나아가는 일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했는데, 만약 이것이 박 전 대통령을 외면할 심산에서 나온 것이라면, 전대 때 ‘배신자’ 논란이 재연될 것이고, 태극기가 분노할 것입니다.

당당하게 군사정권 후예임을 선포하십시오. 5·18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당내 주장이 커지고 있으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명예회복 작업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김진태·이종명 의원은 5·18의 북한군 개입설을 펴는 지만원씨에게 국회 발언 기회를 줬고,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모두 한국당의 자랑스러운 정치적 유산입니다.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걸고,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은 내려야 합니다.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운동 이력은 한국당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김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도 “수구반동적인 집단 속에 개혁보수 상징인 김영삼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는 자체가 도저히 어울릴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예를 중시해온 정통 보수정당 한나라당은 아들의 절절한 요구를 거절하지는 않겠지요. 이종명 의원에 대한 제명 결정을 거둬들이고, 미뤄뒀던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는 없던 일로 해야 합니다.

보수통합 대상은 대한애국당이 돼야 합니다. 황 대표는 “(태극기 세력은) 대한민국의 지금까지 발전, 부흥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할을 하신 거라고 생각한다” “같이할 수 있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태극기를 대표해온 대한애국당은 일관되게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해왔습니다. 이런 의리 있는 당을 외면하고, 기회주의자인 바른미래당 탈당파와 통합을 시도한다면 태극기 세력은 등을 돌릴 것입니다.

당사는 태극기 세력이 모여 있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인근으로 옮기는 것이 어떻습니까. 핵심 지지층과 내밀한 소통을 고민하자는 취지입니다. 광화문 자릿세가 비싸다면 그나마 한국당 인기가 높은 대구·경북(TK)으로 이전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촌스러운 당기도 바꿔주세요.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태극기 집회에 자주 등장했던 이스라엘기까지 섞은 창조적 당기를 고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어설픈 보수개혁 딱지는 떼어내십시오. 2012년 대선 때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걸었던 것이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고백해야 합니다. 경제공약은 ‘재벌, 가진 자 우선’이라고 해야 합니다. 재벌이 잘돼야 경제도 잘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핵무장’ ‘멸공’ ‘간첩색출’ 등 화끈한 대북 관련 공약도 검토해보십시오. 2차 미·북 정상회담 무산을 지켜본 국민들도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한국당은 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태극기가 지켜드리겠습니다. ‘고작 2%’라고 하지만, 단단한 2%가 어설픈 20%보다 낫습니다. 한 보수신문에서 “자유한국당은 역시 폐업이 답이다”라고 썼던가요. 어느 영화 대사를 인용하렵니다. “살려는 드릴게.” 우리가 한국당을 살려는 드리겠습니다. 보수 언론도 문 닫으라는데, 살아남는 것만도 어디인가요. 그러니 태극기 세력을 믿으셔야 합니다. 태극기를 당내 중심으로 들이셔야 합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032029005&code=990507&utm_campaign=daum_news&utm_source=daum&utm_medium=related_news#csidx27277fa4c8f6ddf8846a4fdb90bae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