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집부자와 고시원 거주자(2018년 11월 17일)

divicom 2018. 11. 17. 18:20

나이 든 사람들은 정모(정기 모임)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둘째 화요일에 만나는 이화회, 세번째 목요일에 만나는 삼목회...

정기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제게도 유일하게 참석하는 정모가 있습니다.

두번 째 금요일에 만나는 모임인데 만나기 시작한 지 이십 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모임에 나가기가 싫어집니다.

집과 건물을 여러 채 가진 사람 때문입니다.

그가 오면 모임에서 숫자 얘기가 많아지고, 

저처럼 숫자에 어두운 사람은 머리가 아파집니다.

 

직장에서도 돈을 잘 버는 그가 왜 그렇게 여러 채의 건물을 소유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도 노후를 걱정합니다.

'나 같은 사람도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데 당신 같은 부자가 왜 노후를

걱정하느냐'고 하면 그는 제가 예외적인 사람이라고 합니다.

 

오늘 경향신문 사설을 보니 집을 다섯 채 이상 가진 사람이 11만여 명이고

고시원에서 사는 사람이 15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저는 집 없는 사람이 많은 세계에서 집을 여러 채 갖거나

집으로 돈을 벌려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생각대로 살아왔지만, 그 생각이 맞는 건지...

아래는 경향신문 사설입니다.

 

 

사설]‘집 5채 이상 11만’과 ‘고시원살이 15만’이 말하는 것

전국에서 집을 5채 이상 가진 집부자들이 11만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17년 주택소유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으로 주택을 소유한 개인은 1496만4000명이다. 이 중 2채 이상 소유자는 211만9000명이고, 5채 이상 가진 사람들도 11만5000명에 달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내놓은 ‘주거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집을 소유하기는커녕 단 몇 평짜리 전·월셋집도 구할 여유가 없어 고시원에서 사는 이들이 15만2000명인 것으로 나온다. 이 중 7명이 지난 9일 서울 관수동 고시원 화재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 사회의 자산 불평등이 얼마나 심하고, 이로 인한 결과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집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불평등은 크다. 주택 소유 가구 중 상위 10%의 평균 주택자산은 올 1월1일 공시가격 기준으로 8억1200만원이고 하위 10%의 자산은 2500만원이다. 차이가 32배가 넘는다. 상위 10%의 평균 소유 주택은 2.67채로, 하위 10%(0.97채)의 2.8배다. 무엇보다 집부자들이 점점 더 큰 부자가 되면서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집부자들이 소유한 집이 더 늘어나고, 집값은 뛰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유 주택이 늘어난 사람은 147만3000명인데, 이 중 두 채가 늘어난 사람은 8만명, 3채 이상 늘어난 사람도 3만2000명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주택자산의 가치가 1억원 이상 증가한 집주인들이 104만명에 달한다. 집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1년 만에 1억원 이상 재산이 는 사람이 100만명이 넘는 셈이다. 주택자산 증가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이들도 6만1000명이나 되는데, 이 중 3만4000명이 서울에 집이 있다. 올해 서울 집값이 폭등했으니 이들의 재산은 더욱더 불어났을 것이다. 공시가격이 아닌 시가로 따지면 늘어난 자산은 훨씬 더 크다.

집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이렇게 많으니 부동산 투기가 끊길 리 없다. 집값이 뛰어 얻는 소득은 불로소득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에서 무주택 가구는 전체 가구의 44%다.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은 집값 급등으로 늘어나는 ‘부(富)’를 ‘그림의 떡’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 사회에서 집을 사거나 늘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집값 급등이라도 막고 집값 상승으로 생긴 소득에 적절한 세금을 부과해야 서민들의 ‘절망감’을 줄이고 사회적 갈등의 폭발을 예방할 수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1162039005&code=990101#csidx753fc0e6ff5fa1aa6d31b15fc3674b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