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여러 매체에 칼럼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지만 좋은 칼럼엔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들은 대로 옮기면, entertaining(재미있고), enlightening(깨우치고), informative(새로운 정보를 제공)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요소를 두루 갖추면 제일 좋지만 그게 안 되면 셋 중 하나라도 있어야 합니다.
오늘 아침 경향신문에서 '재미'있는 칼럼을 보았기에 아래에 옮겨둡니다.
[아침을 열며]고단하고 외로운 한국당에게
그대들이 왜 막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 귀 기울이는 사람이 없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그대들의 어조는 쓸데없이 높고, 발언 내용은 맥락없이 자극적이다. 아마 이렇게라도 관심받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계속되면 곤란하다. 당장 주의를 끌지언정 격조없는 언어들이 반복되면 결국 외톨이가 된다는 것이 삶의 진리다. 종국에는 그대들이 무슨 말을 해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게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국면에 대한 그대들의 독설을 보면서 ‘막말의 악순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남북정상회담=위장평화쇼’라는 홍준표 전 대표의 아무말 대잔치가 6·13 지방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게 불과 넉달 전이다. 하지만 홍준표만 물러났을 뿐 고장난 위장평화쇼 공세에 대한 집착은 그대로다. ‘9월 평양공동선언=속빈 강정’ ‘군사분야 합의=무장해제’. 홍준표를 대신한다는 김성태 원내대표는 그 못지않은 막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그대들의 저열한 인식을 접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일부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태극기가 어디로 갔느냐”는 질문을 던졌다가,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오면 한복판에 인공기를 휘날릴 수 있겠느냐”(이낙연 국무총리)는 되치기를 당했다. “김정은은 극악무도해서 고모부도 처형하고 회의에서 졸았다고 처형하는 사람인데 이런 극악무도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협의하는 게 맞느냐”는 분풀이성 발언도 들었다. 같은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의 “보수도 새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하태경 의원)는 주장과도 대조가 됐다.
지켜본 결과, 그대들의 생각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북한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없고, 형과 고모부를 죽인 김정은과 마주앉는 것은 말이 안된다’ ‘김정은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면 차라리 대화도 하지 말라’. 하지만 협상 상대를 굴복시키라는 주장은 막무가내로 들린다. 북한이 망할 때까지 사실상 방치하자는 주장은 한가하다. 지난해 한반도에 드리웠던 전쟁의 그림자를 생각하면 지금은 테이블에 앉아서 평화적 해법을 모색하는 게 우선이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긴다면 그때 테이블을 박차고, 문재인 대통령 말대로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올 한해 동안 이미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치러졌다. 연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등 아직도 굵직한 이벤트가 남아 있다. 경향신문 창간 여론조사 결과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에 85.6%가 찬성했다. 한국당이 그토록 신뢰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 국면을 이끄는 주요 당사자다. 남·북·미 정상 간에 쌓이는 신뢰, 그간의 합의 등을 지켜보면 긴장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던 한반도의 기운이 변화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전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한다.
안다. 그대들은 춥고 배고프고 고단하고, 또 외로울 것이다. 부동산 폭등, 고용악화 등에서 떨어질 떡고물을 기대했건만 허기는 가시지 않았다. 지지율은 여전히 10% 안팎을 맴돈다. 그사이 집안은 거덜나고 있다. 자유당·공화당·민정당·민자당 등 조상 대대로 배불리 먹고살게 해줬던 ‘색깔론·반공’ 곳간은 텅 비었다. 위장평화쇼를 준엄하게 심판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 대통령님’은 동아줄을 내려주지 않았다. 어렵사리 모셔온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국가주의’ 논쟁도 온데간데없다. 뒷배인 조선일보의 위세는 예전 같지 않고, 그대들이 잘나갈 때 간이라도 빼줄 듯했던 일부 보수신문과 방송은 언제 그랬냐는 듯 슬금슬금 등을 돌린다.
너무 오랫동안 부잣집 철부지로 살았으니 상실감은 더 클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 1번지가 평양이 될 지경” “11시 넘어서 야근하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사 먹으면 된다” 등 상식의 궤도를 벗어나 안드로메다로 향한 발언들은 이판사판에서 나온 절규일 것이다. 단숨에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로또라도 긁고 싶겠지만 그런 확률은 천만분의 일도 안된다. 로또를 긁는 행운도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그대들은 부잣집 게으른 자식들이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을 탕진하는 길을 따르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기둥뿌리라도 보존하고 싶다면 막말의 악순환에서 일단 발을 뺄 것을 권한다. ‘지금은 평화를 이야기할 때’라는 현실을 똑바로 응시하라. 한반도 이슈에 대한 감정적 대응은 자제해야 할 것이며, 비판은 반드시 이성적이어야 한다. 내키지 않는다면, 차라리 입을 다물라. 그나마 가산 탕진 속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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