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무궁화와 황근(2018년 8월 16일)

divicom 2018. 8. 16. 10:08

뙤약볕 속에서도 꿈쩍 않고 기품 있는 꽃... 무궁화가 한창입니다.


오늘 자유칼럼에서 보내준 '박대문 야생초 사랑'을 읽으니

주변에 피어 있는 무궁화는 다 외래종이라고 합니다.


저로선 외국에서 왔어도 여기 뿌리내리고 살면 우리 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박대문 선생은 이런 문제에 대해 저보다 잘 아시는 분,

그분의 생각을 아래에 옮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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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 무궁화는 국화(國花), 자생종 황근(黃槿)은 멸종위기

201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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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黃槿) (아욱과) 학명: Hibiscus hamabo)

맑고 투명한 하늘과 사파이어 빛 넘실대는 제주 김녕 해변에 피어 있는 황근(黃槿)입니다. 황근(黃槿)의 뜻은 ‘노랑무궁화’입니다. 강한 힘이 서린 듯 도톰한 잎사귀의 유연한 선(線)이 곱고 한여름 땡볕 속에서 피워내는 탐스러운 꽃송이가 수려합니다. 밝고 환한 황금빛 꽃이파리에 암적색의 화심(花心)과 암술머리는 무한하고 강렬한 생동력을 함축하고 있어 보입니다. 척박한 바닷가 암석 틈이나 모래땅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우리 자생식물, 노랑무궁화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특히 도로 공사나 개발공사 하면서 훼손된 지역의 녹생토 살포에는 대부분 외래종 식물을 심었습니다. 그 결과 전국 깊은 산속의 도로변 절개지에도 생뚱맞게 북미 원산 금계국이나 이름 모를 외래식물이 판을 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에 심어진 수많은 정원수나 꽃들도 우리 꽃이 아닌 외래종이 많습니다. 심지어 길가에 자라는 엉겅퀴, 금불초, 메꽃 등 우리 꽃은 잡초로 취급하여 도로변을 관리하는 아저씨들의 예초기에 인정사정없이 잘려나가기 일쑤입니다. 물론 이들이 우리 꽃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분을 못 하기 때문입니다. 외래종과 자생종인 우리 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이분들만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 대부분이 마찬가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무심결에 외래종들을 모두 우리 꽃으로 인식해 온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왜 이리되었을까? 곰곰 생각해 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교과서와 노래를 통하여 배운 꽃 이름은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 백일홍, 나팔꽃, 해바라기 등이었습니다. 그 탓에 산과 들에 자라는 산들꽃은 개나리, 진달래, 할미꽃 정도나 이름을 알 뿐 나머지는 나물 아니면 풀이나 잡초에 불과한 그저 이름 모를 야생초일 뿐이었습니다. 참으로 아쉽게도 초등학교 교과서에 자주 나온 꽃들이 우리 꽃이 아닌 외래종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이들이 외래종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직장 생활을 끝내고 나서입니다. 야생초에 관심을 두는 취미 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자생종인 우리 꽃과 외래종을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나라꽃이 무궁화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무궁화가 인도나 중국 원산인 외래종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배우기 시작한 꽃 이름이 외래종부터였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동안 ‘나라꽃 무궁화 보급 운동’ 등 무궁화 보급을 위하여 심고 가꾸었던 무궁화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한 것들입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인도와 중국 등지에서 수입된 무궁화 씨앗이 모두 439㎏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외래종 생물자원의 이용이 예전과 다르게 됩니다. 자생종 생물자원으로의 대체가 절실해졌습니다. 이전에는 아무런 제약 없이 외국 생물자원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생물자원 이용국은 제공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용에 따른 이익을 유전자원 제공국과 공평하게 나누어 가져야 합니다. 생물자원에 대한 권리인 ‘나고야의정서’가 2017년 8월 17일부터 발효되었고 기업 등이 이행해야 할 의무사항은 1년간 유예되어 바로 내일(2018. 8. 17)부터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나고야의정서는 유전자원에 대해 접근하는 절차와 유전자원의 이용에 따른 이익을 유전자원 제공국과 이용국이 공평하게 나누도록 하는 강제력 있는 국제협약입니다. 따라서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고 있는 바이오 업계의 부담은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기존에 외국의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하여 산업을 꾸려온 국내 기업은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생물자원과 연관된 전통 지식의 조사와 확보, 자생종의 발굴 증식과 대체이용, 생물자원 보존·관리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여 우리나라가 생물자원 선진국이 되는 길에 앞장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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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종 황근(黃槿)은 멸종위기에 있고 국화(國花)인 무궁화는 외래종임)

우리나라 나라꽃인 무궁화는 우리 자생식물이 아닌 외래종입니다. 황근은 국내에 자라는 무궁화속(屬) 중에서 유일한 자생종입니다. 그러나 제주도와 전남 일부 지역의 해안가 모래땅이나 암석지에 자라는 황근은 멸종위기종이 되었습니다. 한때 남쪽 해안가에 황근이 무성했었지만, 해안도로 건설로 자생지 대부분이 파괴되어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최근 정부는 제주도와 협약을 맺어 황근을 증식, 제주도에 식재지를 넓히는 특별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자생지에서 직접 채종한 종자를 이용하여 황근을 증식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비단 황근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생종 산들꽃이 도로 절개공사 비탈, 복원지 등에도 널리 심어져 우리의 자생종이 외래종에 밀리는 현상이 더 늘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2018. 7월 제주의 김녕 해변에서)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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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