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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박원순 시장, 만취 벤츠(2018년 8월 1일)

divicom 2018. 8. 1. 09:25

오늘 서울 낮 최고기온은 39도.

관측사상 111년만의 폭염이라고 합니다.


더위는 누구에게나 공평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에어컨을 틀면 살 만한데, 환경을 생각한답시고 에어컨을 달지 않은 저희 집 같은 집은 

실내 온도가 밤낮 없이 30도를 넘습니다.

쉴 새 없이 일하는 선풍기, 신음 소리를 내는 냉장고, 

땀 젖은 옷을 빠느라 폭염에 더 바쁜 세탁기가 애처롭습니다.


이럴 때 서울시장이 에어컨 없는 옥탑방에서 서민생활을 한다고 말이 많습니다.

'정치인의 쇼'라는 비판부터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제스처라는 호평까지 평가는 다양하지만

서울시장이 냉방 잘 되는 사무실과 공관에서보다 삼양동의 옥탑방에서

더위와, 더위의 불평등을 더 잘 느낄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정치가 쇼라는 건 누구나 압니다. 이왕 쇼를 하려면 국민을 즐겁게 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박원순 시장의 쇼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단식 쇼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쇼이니 법이 있습니다.

법은 쇼가 되어선 안 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법도 쇼라는 걸 확인시켜 주는 뉴스가 계속 나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위시로 법이 정치의 조연 노릇을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들을 보면, 끌끌 혀를 차게 됩니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저리도 할 일이 없나...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 국민을 아연하게 만든 뉴스가 나왔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만취한 상태로 역주행해 무고한 생명을 죽게 하고 적어도 두 가정을 '파괴'한

20대 운전자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는 겁니다.


법원은 그 운전자가 제출한 의사의 소견서 등을 토대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구속의 상당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비싼 벤츠 자동차를 몰 수 있었고,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실 수 있었으니 '몸 상태'가 아주 심하게 나빴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런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구속되지 않으려면

전국 종합병원의 중환자들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아'야 할 겁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벤츠를 몰고 있었고 그 차가 역주행해 들이받은 차는 택시였다니

이런 경우 누가 어떤 힘을 동원해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했을지 궁금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믿을 수 없는 법관이 믿을 수 없는 의사의 소견서를 근거로 

말도 안 되는 판단을 내렸다고 할까요.


111년만의 더위는 내년에도 이어질 거라는 게 중론입니다.

인류가 자초한 기후변화라는 설이 지배적이지만 

'인류가 자행해온 부당함에 대한 벌'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물론 이 주장은 제 것입니다.


아래는 '만취 벤츠 역주행' 관련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단독]30대 家長 앗아간 '만취 벤츠 역주행' 영장기각 논란


고속도로에서 만취상태로 역주행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20대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수원지방법원은 7월 24일 이른바 ‘벤츠 역주행 사고’의 운전자 노모 씨(27)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노 씨는 5월 영동고속도로에서 벤츠 차량을 타고 가다 역주행해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객 김모 씨(38)가 사망하고 택시운전사 조모 씨(54)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노 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76%였다.

경찰은 심각한 음주운전으로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등 사안이 중하다고 보고 7월 18일 노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노 씨가 제출한 의사 소견서 등을 근거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구속의 상당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노 씨는 당시 사고로 손목과 골반 등에 골절상을 입어 전치 8주 진단을 받았다. 이 때문에 노 씨는 사고 약 한 달 만인 6월 29일 퇴원하고 나흘 뒤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노 씨는 경찰 조사 직후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고는 사고 발생 48일째인 7월 16일 ‘향후 3개월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경찰과 법원에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 씨를 조사하며 구속영장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피해자 김 씨의 아내 정모 씨(38)는 교사로 일하던 특수학교를 휴직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의 부모 역시 운영하던 가게를 닫고 치료를 받고 있다. 택시운전사 조 씨는 현재까지 혼수상태다. 조 씨의 아내 김모 씨(47)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담당 의사가 ‘남편이 깨어나더라도 언어장애 등 평생 장애를 갖고 살 수도 있다’고 했다”며 울먹였다.

앞으로 검찰이 노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음주 사고 가해자의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6년 경기 양평군에서 발생한 ‘아우디 역주행’ 사고는 가해자의 음주운전으로 노부부가 중상을 입었고 이 중 1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일부 누리꾼들이 가해자가 운영하는 식당에 항의 전화를 하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사실상 ‘인민재판’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적 기준을 시민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도 “사적 보복은 자칫 위법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