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4대강 유공자의 훈장(2018년 7월 11일)

divicom 2018. 7. 11. 10:10

지난 6월 25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전달되자 

훈장 추서에 반대하는 2백여 건의 국민청원이 청와대 누리집을 물들였습니다.

박정희와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의 긴 독재에 기여했다는 게 가장 큰 반대 이유였겠지요.


훈장을 전달한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국무총리에게 훈장을 추서한 관례를 존중해

훈장 추서가 결정됐다고 말했습니다.

고 김종필 씨에게 추서된 훈장은 국민훈장 5등급 중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입니다.

김 장관의 말처럼 '관례'라면 그 관례는 없어져야 하고, 그 관례가 법에 나와 있는 것이라면

법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4대강 사업'을 잘했다는 공로로 훈장을 비롯해 정부 포상을 받은 사람이

1152명이나 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제 정말 훈장은 영광스러운 것이 아니고 욕된 것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잘못일까요?

아래는 KBS 유란 기자의 기사입니다.



4대강? 언제든 또 할 수 있다는 공무원들

류란 입력 2018.07.10. 14:19 수정 2018.07.10. 14:51

지난주 2회 연속으로 '4대강 사업'을 잘 완수했다는 공로로 정부 포상(훈장·포장·표창)을 받은 공무원과 전문가들에 대해 보도했다. 4일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 계기였다.

부정적 결과를 뻔히 예측하고도 수십조 원의 혈세를 들이부어 국토의 물줄기를 망가뜨린 대규모 국책사업, 이것을 진두지휘하고 뒷받침한 이들이 1152명이나 포상을 받았다니...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슨 '공로'를 세웠는지 알아내서 기록하고 싶었다.

4대강' 업적으로 포상 받은 공무원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1152명의 포상 내역과 각각의 공적조서를 입수한 뒤, 공적 내용이 감사 결과와 배치되거나 눈에 띄는 공무원들을 가려냈다. 그런 다음 4대강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끈 국토교통부,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그리고 예산지원을 맡은 기획재정부의 포상자들을 한 사람씩 찾아갔다.

차분히 자신의 입장을 얘기하는가 하면, "무례하다"며 화를 내는 공무원까지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들의 말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이름과 소속을 가리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① "나는 핵심 인물이 아니다"

취재진이 만나거나 통화한 공무원 7명은 모두, 자신이 한 일은 4대강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거나 주변 업무였다고 강변했다. 이 7명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공로로 훈장과 포장이나 받은 이들이다. 그들의 공적조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상신된 공적조서 내용


"정해진 대로 열심히 했을 뿐…공무원은 그런 것"

그리고 한 목소리처럼 '공무원의 숙명'을 말했다. "'위'에서 정해지면 거기에 맞춰서 일하는 게 공무원", "정부가 나서서 챙기면 일선 공무원들은 어쩔 수 없다", "대통령과 장차관이 결정했는데 아래 실무 담당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 아니다"

그러면서 책임을 물으려거든 당시 결정권자였던 윗사람들을 찾아가야지, 왜 실무자에 불과한 자신을 찾아봤느냐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처음 들었을 땐 '이렇게 교육을 받나?' 싶어 신기하더니, 반복될 수록 너무 당연한 듯한 그들의 모습이 편하지 않았다.

언제든 제2, 제3의 '4대강 사업'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 때도 공무원들은 맡은 일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반납하라고? 미련 없다. 언제든 내놓겠다"

감사원 발표 이후 "잘못된 사업으로 받은 훈포장은 반납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있다고 하자, 누구도 망설이지 않고 "반납하라면 하겠다"고 답했다. "미련 없다", "아쉽지 않다" 후렴처럼 따라붙는 말 속에 지금 분위기에 대한 서운함 같은 것이 묻어났다.

몇 명은 적극적으로 항변을 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받은 포상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라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아는 것처럼 훈장이나 포장, 포상은 구체적으로 뭘 기여한 게 있어서 받는 게 아니라고 했다. 모 부처의 국장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실질적으로 포상이라고 하는 것은 그때까지 안 받은 사람들, 직급별로 안 받은 사람들을 포괄적으로 관련이 있으면 후보로 올려서 받는 거예요"

4대강 훈장·포장·표창 제작에만 혈세 1억 원 들었다

헌데 이렇게 쉽게 볼 문제일까? 4대강 포상을 받은 1152명이 받아 간 훈장과 포장, 표창 제작에만 1억 원 넘는 비용이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2013년 안전행정부 자료). 물론 그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됐다. 게다가 과장급들은 상당한 금액의 금전 포상도 받은 것이 확인됐다. 그리고 이렇게 받은 포상은 고과와 승진에 반영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민들의 억대 세금이 잘못된 정책에 눈 감고 입 다물어 동조한 공무원을 치하하는 데 쓰인 것도 모자라, 특별한 공도 없이 공무원들이 적당히 나눠 갖는 포상에 쓰여온 것이 정말 별 의미 없는 걸까?

'간첩조작 사건' 관련자 서훈 취소 … 4대강 유공자는?

4일 첫 보도가 나간 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4대강 사업' 유공자에게 수여한 훈·포장을 취소하기 위해 '상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위법 또는 부당한 직무수행으로 국고 손실을 초래했거나 그 사업에 협조한 사람에 대해서는 훈·포장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침 오늘(10일) 국무회의에서 간첩 조작 사건과 5.18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 등 '거짓 공적'으로 포상을 받은53명에 대해 훈포장과 표창을 모두 취소하는 역사적 결정이 내려졌다. 2013년 이후 해마다 국정감사 등에서 뜨거운 논란거리였던 '4대강 유공자'에 대한 결정도 이번에 내려질 지 관심이다.

류란기자 (nany@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