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외출한 값을 치르느라 어젠 종일 누워 지냈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어도 하루가 갑니다.
아침이 오는구나 하면 한낮이 되고 낮인가 하면 어느새 저녁...
문득 영화 '빠삐용(Papillon)'에서 들은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주인공 빠삐용이 꿈 속에서 만난 재판관에게서 듣는 말입니다.
"인생을 낭비한 죄로 너를 고발한다.(I accuse you... of a wasted life!)
그러자 빠삐용은 '유죄(Guilty)'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계획을 세워 남에게 나쁜 짓을 한 적은 없지만
'인생을 낭비한 죄'로 따지면, 저도 금메달 감일 겁니다.
문 밖 출입이 잦은 후엔 꼭 누워서 '인생을 낭비'하게 되니까요.
설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갈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젊은 친구들이 특히 괴로울 겁니다.
취직은 했냐, 결혼은 언제 하냐,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쏟아지겠지요.
불필요한 질문이 쏟아지면 불쾌해 하거나 짜증내지 말고
먼 데 하늘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물은 사람이 머쓱하겠지요.
속으로 <맥베스>에 나오는 인생에 관한 몇 구절을 떠올리면 견디기가 더욱 쉬울 겁니다.
아래에 몇 줄 적어둡니다.
저를 아시는 모든 분들과 저를 모르시는 모든 분들,
지난 해의 기억 모두 털어내고 새 출발하는 설 명절 보내시길 빕니다.
그래야 언젠가 그 순간이 찾아올 때 빠삐용(나비)처럼 가볍게 날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이 대사의 네 번째 줄에 나오는 'sound and fury'는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의
소설 <The Sound and the Fury>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향과 분노> <소음과 분노> 등으로 번역, 출간됐습니다.
맥베스의 대사 중에서: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 형편없는 배우,
무대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으스대고 조바심치다,
이윽고 잠잠해지는. 바보가 들려주는 이야기,
아무 의미 없는 소음과 분노로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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