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 미국에 처음 출장 갔을 때 뚱뚱한 사람이 많아 놀랐습니다. 2002년인가 다시 갔을 때는 체격이
계급을 상징하는 것 같아 매우 씁쓸했습니다.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건물의 문지기들은 대개 뚱뚱한데 비해 국무부에서 만난 관리들, 대학이나 언론기관 같은 곳에서 만난 사람들 중엔 뚱뚱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도 체격이 계급의 상징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좀 지나치게 단순화하자면 경제적으로
궁핌한 사람들 중에 뚱뚱한 사람이 많습니다. 슈퍼마켓 계산대에 줄 선 사람들의 카트만 들여다 보아도 그 집 사람들의 체격을 알 수 있습니다.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사는 사람들은 대개 몸에 살이 많습니다.
뚱뚱한 사람에게 '너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라'고 위로하는 것도 좋지만, 그 사람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살을
빼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몸이 무거울 때 치러야 할 개인적, 사회적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몸에 병이나 장애가 있어서 몸무게를 줄일 수 없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적정한 몸무게를 유지하는 게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 만큼 중요합니다. 오늘 경향신문의 '여적' 칼럼에 쓴 조호연 논설위원의 글에몸무게를 가볍게 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비행기와 몸무게
미국 남성 로스 가드너는 불과 10개월 만에 체중을 178㎏에서 90㎏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기적의 다이어트’를 하게 된 것은 항공료 때문이었다. 비행기를 타려다가 “덩치가 너무 크니 요금을 2배 내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게 동기였다. 가드너에게는 ‘행복한 결말’이 찾아왔지만 체중 때문에 항공사와 갈등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미국의 감독 겸 영화배우 케빈 스미스는 비행기 탑승이 거절되자 “하늘을 날기에 내가 너무 뚱뚱하다는 건가?”라는 항의 트위터 글을 올렸다. 16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가진 트윗이 급속히 퍼져나가자 항공사는 결국 사과했다. 에어캐나다는 좌석을 2개 점유하는 비만 승객에게 추가 요금을 요구했지만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한 사람, 하나의 요금’ 정책을 도입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몸무게를 항공료에 반영하는 데 성공한 곳도 있다. 예컨대 사모아항공은 승객 체중 1㎏당 1~4.3달러를 받는다. 비만 승객에 대한 차별이다, 승객을 동물 취급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차등요금제는 4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제도 도입 후 인구 75%가 비만인 사모아에 다이어트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저가항공사 웨스트에어는 몸무게 45㎏ 이하 여성과 60㎏ 이하 남성 승객에게 무료 수하물 10㎏ 혜택을 준다. 하긴 최초의 상업여객기 회사인 미국 SPT항공사도 1914년 첫 운항 때부터 몸무게 90㎏ 이상인 승객에게는 추가 요금을 물렸다.
항공기 덩치가 거대한데 겨우 승객 몸무게 갖고 따지느냐고 할지 모른다. 항공사 입장은 다르다. 가장 덩치가 큰 보잉 747-400기의 이륙중량은 412t인데 기체와 연료 무게만 200t을 넘으니 화물·승객 요금제도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항공기가 외모에 따른 차별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될 말이다. 항공료에 따라 좌석을 차등화한 것으로는 모자란단 건가.
핀란드 항공사 핀에어가 최근 승객 몸무게를 측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차등요금제 도입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항공사 측은 표준 몸무게에 대한 최신 데이터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모양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1052117005&code=990201#csidx4ee3030788be1beb87fee5c723a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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