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동물보호구역에서 원숭이들이 떼지어 죽어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그 지역에서 유행하고 있는 황열병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한다는데, 근래 몇년 동안 인류사회를 공격했던 바이러스성 질병을 떠올리며
긴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람과 동물, 모든 생명체는 공동운명이라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을 위한 공중보건과 가축에 대한 방역을 하나의 체계로 연계해 관리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아래는 한겨레신문 기사입니다. 조금 줄여 옮겨둡니다. 중간의 말없음표(...)는 기사가 생략됐음을 뜻합니다.
원숭이 떼죽음, 264명 사망..'바이러스 폭풍' 전조인가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인류학과 교수인 캐런 스트라이어는 지난 1월 브라질 남동부 카라칭가시에 있는 연방동물보호구역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갈색고함원숭이들로 시끌벅적해야 할 숲이 “모든 에너지가 우주로 빠져나가 텅 비어버린 듯한” 정적에 휩싸였다. 그는 수천 마리의 원숭이 사체를 보고 다시 한번 경악했다. 스트라이어 교수는 지난달 29일 <한겨레>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적어도 근래 수십년 동안 자료에는 원숭이의 대규모 폐사 사례가 없었다. 이 지역에 황열병이 창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원숭이의 떼주검을 발견해 둘 사이의 연관성에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석달 만에 의심환자 1561명
스트라이어 교수는 20여년 동안 10㎢ 면적의 보호구역에서 갈색고함원숭이 등 네 종류의 영장류 보호활동을 하며 연구해왔다. 양털거미원숭이 등 다른 영장류 피해는 없었다. 최강석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관은 “황열은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아르보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염병으로 종마다 감염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종에 따라 바이러스 감염률이 다른 경우는 많이 있다”고 말했다. 황열 바이러스는 발열과 몸살, 두통, 구토 등의 증세를 일으키며 환자에게 황달이 잘 나타나 황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치료를 잘 받으면 치명률이 5%에 그치지만, 중증환자 중에는 20~50%가 사망한다.
원숭이들의 죽음이 ‘탄광 속 카나리아’처럼 사람에게 닥칠 황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의 전조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스트라이어 교수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한 종류의 영장류가 몇달 사이에 몰살하다시피 한 사실이 다른 영장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일찍이 알지 못했다. 우리는 그것을 배워나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황열이 유행하기 시작해 지난달 17일 현재 1561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해 이 가운데 264명이 숨졌다. 황열 발생 지역의 절반이 카라칭가시 등 미나스제라이스주에 속해 있다. ‘카나리아’는 원숭이가 아니라 사람일 수 있다.
바이러스 감염병 유행은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황열이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 등 서아프리카에서도 유행했다. 2015년 12월초에 확산하기 시작해 지난해 10월 유행이 멈출 때까지 두 나라에서 962명이 확진을 받았고 이 가운데 137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에는 임산부가 걸리면 태아에게 소두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지카바이러스증후군이 세계 84개 나라로 퍼져 이듬해 2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국제보건규정(IHR)에는 질병이 퍼져 다른 나라의 공중보건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돼 즉각적이고 국제적인 조처가 필요할 때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돼 있다.
비상사태가 발령된 것은 지금까지 네 번째이다. 2009년 멕시코 신종플루(일명 돼지독감),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와 중앙아시아 소아마비 등으로 모두 최근의 일이다. 2012년 시작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2015년 우리나라에서 대유행했을 당시 비상사태가 검토됐지만, 세계보건기구는 팬데믹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해 선포를 보류했다. 2013년 중국에서 시작해 2015년까지 2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중국 조류인플루엔자까지 포함하면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미국 보스턴어린이병원이 운영하는 실시간 세계보건지도 ‘헬스맵’(www.healthmap.org)은 언제나 전염병 발생을 알리는 검고 붉은 표시로 덮여 있다. 지도에는 최근 일주일 동안 세계에서 벌어진 감염병 발생 관련 정보들이 지역별로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공중보건-가축방역 ‘원헬스’ 필요
스필오버를 일으키는 동물 가운데 최근 바이러스감염병 전문가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박쥐이다. 박쥐는 바이러스가 숙주로 삼기에 적당한 동물이다. 우선 수백만 마리가 한 동굴에 서식할 수 있고 여러 종이 섞여 지내기도 한다. 수명이 5~50년으로 비교적 길어 일생 동안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포유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비행할 수 있어 짧은 기간에 바이러스를 광범위한 지역에 퍼뜨릴 수 있다. 사스는 중국 관박쥐에서, 에볼라는 과일박쥐에서 기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한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도 박쥐에서 낙타로 옮아간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는 사람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물에서 넘어오는 것이어서 대책을 세우기 쉽지 않다. 2003년 중국 사스 이후 박쥐 바이러스 수집 활동이 활발히 전개돼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만 400여종이 수집됐다. 하지만 지구에 바이러스는 8000여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쥐만 해도 1200여종으로 포유류의 25%를 차지한다. 이들 동물과 바이러스를 일일이 연구해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바이러스는 수시로 변한다. 최강석 연구관은 “근본적으로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오는 단계를 차단해야 한다. 조기검색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원헬스’(One Health)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사람의 감염병에 대한 대책인 공중보건과 가축에 대한 가축방역을 하나의 연계된 체계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명돈 교수는 “세계 어디서든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현장에 달려가 실제 상황을 경험하고 정보를 얻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현장 문제 해결형’ 최고의 전문가를 보유하기 위해 국가가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89023.html?_fr=m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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