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장국영, 장궈룽(2017년 4월 1일)

divicom 2017. 4. 1. 10:23

혁명의 계절인 4월의 첫날은, 일년에 한 번 유일하게 거짓말을 해도 되는 날입니다. 

혁명은 거의 성공하는 법이 없으니 혁명의 성공은 거짓말 같은 것... 

그 사실에서 4월과 만우절의 관계가 싹 튼 것일까요? 


세월호는 끌어 올려져 항구에 닿고, 박근혜 씨는 구치소에서 올림머리를 내리고... 

우리는 다시 출발점에 섰는데, 한 번 떠나간 사람들은 적어도 떠날 때의 모습으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들을 그 모습 그대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우리의 기억은 얼마나 고마운 것일까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에서 불귀의 객이 된 사람들과, 2003년 오늘 스스로 저 세상으로 간 배우 장궈룽, 

그 얼굴들이 이 시끄러운 세상에 남긴 것은 오롯이 슬픔과 아름다움입니다. 아래는 오늘 한국일보 기사입니다. 



거짓말처럼 떠난 배우, 장궈룽(張國營)

2003년 4월 1일, 홍콩 영화배우 장궈룽의 투신 자살 소식을 접한 대다수 팬들은 그의 사망이 언론사가 만들어낸 만우절 이벤트 기사라 생각했다.

지금의 가짜 뉴스처럼 말이다. 그만큼 그의 죽음은 낯설고 충격적이었다.

<영웅본색> <천녀유혼> <아비정전> <패왕별희> 등 영화 속 그의 모습을 사랑했던 팬들에게는 웃음의 만우절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로 변해버렸다.

1956년 홍콩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장궈룽은 가수로 출발했지만 영화에서 더 주목을 끌었다. 86년 우위썬(吳宇森)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웅본색’에서 암흑세계에 몸담았던 형 저우룬파(周潤發)를 미워하는 형사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그는 이 영화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천녀유혼’에서는 귀신 왕쭈셴(王祖賢)을 사랑하는 순진한 청년으로 변했고 음악에 맞춰 속옷 바람으로 맘보 춤을 추던 ‘아비정전’은 자유를 갈망하던 그의 고독과 슬픔이 절절이 녹아 든 작품이었다.

93년, 그는 ‘패왕별희’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여하며 확고한 연기력을 갖춘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지만 2000년 타임즈에 스스로를 동성애자라고 밝힌 후 점차 은막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중국과 동남아를 오가며 대형 콘서트를 개최하던 열정적인 가수 활동마저 잡은 터였다.

결국 2003년 4월 1일 그는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호텔 24층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의 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향년 47세. 언론은 자살 원인을 우울증으로 분석했지만 그의 죽음을 믿고 싶지 않았던 팬들의 심정만큼 유산을 상속한 동성애인 탕하더(唐鶴德)의 행적과 사망시각 등 각종 의문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올해 4월 한달 장궈룽 특별전을 상영하고 메가박스는 ‘아비정전’을 단독 재개봉 하는 등 영화계는 장궈룽 추모 14주기를 맞아 다양한 추모 특집을 준비하고 있다. 

손용석 멀티미디어 부장 st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