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저커버그의 기부를 의심하는 사람들에게(2015년 12월 4일)

divicom 2015. 12. 4. 04:17

지난 1일 페이스북 설립자이며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이 첫 아기의 탄생을 알리며, 그 아이가 보다 나은 세상에서 자라게 하기 위해 페이스북 지분의 99퍼센트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 기부 약속이 나오자마자 정말 기부하는 건가, 말로만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나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저커버그가 약속대로 기부할 거라고 믿고 그와 같은 동행이 있다는 사실에서 크나큰 기쁨을 느끼지만, 우리나라처럼 말로만 기부하거나,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방책으로 기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에서 저커버그의 '통 큰' 기부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건 자연스러울지 모릅니다. 게다가 저커버그가 자선단체를 

세우는 대신 유한책임회사를 세울 거라는 소식이 의문을 부추기고 있으니까요. 조금 전 이 문제를 잘 다룬 뉴시스 통신 기사를 보았기에 아래에 옮겨둡니다. 


저커버그 자선단체 대신 LLC 설립한 이유는?

비영리단체와 달리 정치적 영향력 끼칠 수 있어
자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세부 통제 가능한 구조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하겠다고 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이 자선재단이 아닌 유한책임회사(LLC)를 설립한다고 밝혀 의아해하는 시선이 모이고 있다.

저커버그가 무려 450억 달러(약 52조11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기부할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가 기부의무가 없고 영리행위를 할 수 있는 LLC 형태로 설립된다는 소식에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자선행위가 아닌 속임수라는 반응도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1일(현지시각) 저커버그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기부계획에 대한 세부사항을 밝혔다. SEC 신고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LLC 형식으로 설립된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에 연간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처분·기부할 계획이다.

샌디에이고대학에서 세법을 가르치는 빅터 플레이쳐 교수는 블룸버그를 통해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는) 자선을 위한 재단이 아니다"라며 "일반 기업과 같이 투자와 기부를 둘 다 할 수 있고, 정확히 얼마나 기부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시된 게 없으므로 (저커버그의 발표는 법적 효능이 없는) 약속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3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저커버그의 파격적인 결정은 '변화를 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LLC가 자선재단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LC란 2012년 도입된 회사의 형태로 출자자가 직접 경영에 참여할 수 있으며, 각 출자자가 출자금액만을 한도로 책임을 지므로 청년 벤처 창업에 적합한 구조로 돼 있다.

LLC의 최대장점은 융통성이다. 자선재단과는 달리 면세 혜택은 없지만, 비영리단체가 매년 기업가치의 5%를 기부하지 않아도 되고 정치적 로비에도 참여할 수 있다. 

2013년 자선을 위한 LLC를 창립한 애플 공동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인 로렌 파월-잡스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변화를 이루기 위한 필요에 맞게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게 LLC의 최대장점"이라며 "정치·영리·비영리 목적을 위해 동시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저커버그는 딸에게 쓴 편지에 "변화를 위한 기술 구축, 적극적인 정책 참여, 각 분야의 가장 강하고 독립적인 리더(leader)후원, 내일의 발전을 위해 현재의 어려움을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한 바 있기 때문에 LLC의 정치적 투자능력을 눈여겨본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세청은 세금면제를 받는 단체는 "어떤 후보나 정치캠프를 위해서도 정치캠페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거나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LLC는 출자자에게 경영 참여권을 전적으로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세부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미국의 경영잡지인 포천에 따르면 저커버그 부부는 과거에 자선단체를 통해 기부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자선활동에 직접 참여·통제하길 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커버그 부부는 2010년 뉴어크 공립학교시스템에 1억달러(약 1167억원)을 기부했지만, 대부분 자금이 컨설턴트에게만 돌아가고 실제로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저커버그가 처음부터 자선재단을 만들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지만 LLC는 그가 편지에 쓴 "25년, 50년, 100년에 걸친 장기적인 투자"전략을 효과적으로 행동에 옮기기에는 최적화됐다고 분석했다.

허핑턴 포스트는 또 저커버그 부부가 과거에 실패했던 교육시스템 개선에 직접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도 LLC는 영리 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 자체적으로 비영리활동에 투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영리단체들과 합작 투자를 하는 등 더욱 다양한 자선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비영리 자선단체인 베네블의 제프리 테넌바움 대표는 "비영리단체들이 영리단체들과 함께 일을 하려면 여러가지 제약이 있지만, 영리단체들 끼리는 쉽게 합작투자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억달러를 투자해 비영리 자선단체를 만든바 있는 빌 게이츠는 저커버그의 LLC 설립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 게이츠는 "(저커버그 부부에게) 지역사회는 단어 이상의 핵심적 가치"라며 "그들의 부가 아닌 천재성과 창의력으로 어떤 것일 이룰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