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tbs '즐거운 산책'에서는 '제사'와 '헌법'에 대해 생각해보고, 조동진 씨의 '작은 배', 4월과 5월의 '옛사랑',
최희준 씨의 '길' 등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첫 노래는 '작은 배', 마지막 노래는 Sam Cooke의 'The little
things you do'였습니다.
'오늘의 노래'로는 '제헌절 노래'를 들었습니다. 헌법을 '억만 년의 터'로 부르는 '제헌절 노래'를 들으니 헌법을 제
구미에 맞게 고치는 정치인들, 헌법을 우습게 아는 재판관들과 법 집행자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습니다. 새누리당의 전 원내대표 유승민 씨는 왕이 되어가는 대통령에 맞서며 헌법 1조 1항을 강조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정말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일까요?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는 '제사'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제사'와 헌법은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행사이며 거울입니다. 편의를 위해 제사와 헌법을 잊은 사람들, 이 나라가 뿌리 없는 나무가 되어가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사'를 옮겨둡니다. 오늘 들려드린 전곡 명단은 tbs 홈페이지(tbs.seoul.kr) '즐거운 산책' 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 들은 노래 중에 서혜경 씨가 연주한 쇼팽의 '즉흥환상곡'이 아직도 귓가를 맴돕니다.
제사
지난주엔 제사가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님의 초기(初忌)와
오래 전에 저승으로 가신 할머니의 기일,
제사상의 음식과 절하는 사람은 달라도
정성과 경건함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할머니의 제상 앞에 서니
긴 머리를 참빗으로 정갈하게 빗고
은비녀로 쪽 지시던 할머니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님이 좋아하시던 잡채를 볶으려
당근과 버섯을 채 썰다 보니
‘어멈, 잡채 하는구나!’..
반가운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일 년에 한 번 가신 분을 위해 차리는 상,
자주 해먹지 못하는 음식을 먹으며
인생을 돌이켜볼 기회를 주시니 감사하고,
만나기 힘든 가족들을 한 자리에서 보게 하시니 더욱 감사했습니다.
할머니, 어머님, 내년 이맘 때 다시 뵈올 때까지
부족한 자손들을 굽어 살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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