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tbs '즐거운 산책'에서는 '영화와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고, Cliff Richard의 Summer Holiday, 이문세 씨의
'조조할인', 현경과 영애의 '아름다운 사람', 바리톤 고성현 씨의 '언덕에서' 등을 들었습니다. '작은 역사로 보는
문화세상' 시간에 안토니오 비발디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기에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의 마지막 장을 들었는데,
참 좋았습니다. 지난 주에는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들었는데, 그때도 참 좋았습니다. '즐거운 산책' 바로 앞
프로그램에서는 국악을 들려드리니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서양 고전음악을 가끔 들려드려야겠습니다.
1995년 영화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에 나왔던 노래 'It's a wonderful world'도 좋았는데, Irene Kral & the Junior Mance Trio의 음색이 독특했습니다. 3부 시작 곡으로 들려드린 Peter, Paul and Mary의 'Gone the Rainbow'는 추억으로 가는 아름다운 타임머신 같았습니다. 70년대 대학신입생 시절 미팅할 때 제가 받은 쪽지에 그 노래 제목이 쓰여 있었습니다. 제 파트너인 법대생이 여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에 와서 "여기 레인보우가 누구죠?" 하던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해 웃고 말았습니다.
오늘 들은 노래 중 압권은 뉴질랜드 크로스오버 가수 Hayley Westernra의 'Pokarekare Ana'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가'로 알려진 노래, 여름 휴가철 해변가에서 늘 불려지는 노래가 본래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노래라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Pokarekare Ana는 '파도는 부서지고'라는 뜻이며, 이 노래는 1910년대 초 1차대전에 참전했던 마오리족 군인들이 불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뉴질랜드 군인들에 의해서 처음으로 불려졌으며, 후에 우리말로 번안되어 여러 가수가 불렀습니다. Westernra의 목소리가 얼마나 청아한지 오늘 아침 도시를 감싼 물안개너머 어딘가 파랗고 맑은 하늘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영화와 사람' 얘기를 옮겨둡니다. 오늘 들려드린 음악의 명단은 tbs
홈페이지(tbs.seoul.kr) '즐거운 산책' 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와 사람
1948년에 나온 우리나라 영화 ‘해연’을 보러
한국영상자료원에 갔습니다.
그날만 그런지 늘 그런지 연세 높은 관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영화 시작 전 영상자료원의 직원이 객석을 향해
담소하지 말라,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두어라, 여러 가지 주문을 했습니다.
마침내 영화가 시작했습니다.
귀한 영화인만큼 집중하고 싶은데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왼쪽의 어르신은 잠시도 가만히 계시지 않았습니다.
수시로 핸드폰을 열어보고, 지퍼 소리를 내며 가방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뽀스락 바스락 군것질을 하고는 코를 골며 주무셨습니다.
오른쪽의 노부부는 ‘저게 조미령이군!’ ‘저 때도 전차가 있었네!’
대화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74분짜리 영화가 세 시간짜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는 오래되면 자연히 귀해지지만
사람은 오래돼도 자연히 귀해지지 않으니
사람 노릇이 어려운 이유가 거기에 있겠지요.
영상자료원에선 다양한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지만
다시 가 볼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영상자료원에서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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