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셀마, 입, 그리고 침묵 (2015년 8월 2일)

divicom 2015. 8. 2. 18:23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에서는 '입과 침묵'에 대해 생각해보고, Judy Garland의 'Over the rainbow', The 

Tremeloes의 'Silence is golden', 김민기 씨의 '작은 연못', 바리톤 송기창 씨의 '내 영혼 바람되어' 등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쳣 노래는 'Over the rainbow', '오늘의 노래'는 조용필 씨의 '어제, 오늘, 그리고', 마지막 

노래는 Celine Dion의 'I'm alive'였습니다. 


마지막 노래를 듣고 난 후 아트하우스 모모에 가서 '셀마(Selma)'를 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Selma는 미국 

앨라배마(Alabama) 주의 도시이며, 영화 '셀마'는 1965년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가 흑인들의 투표권 행사를 위해 벌였던 투쟁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셀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그건 킹이 주도했던 시위 행진이 셀마에서 앨라배마 주의 주도 몽고메리(Montgomery)에 걸쳐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이화대학 교정에 있는데, 상영관 안으로 팝콘이나 음식 따위를 가지고 들어갸지 못하게 하고, 

다른 극장에 비해 무교양 관객이 적어 가끔 가는 곳입니다. 문제의식이 있는 영화라 그런지 휴가철이라 그런지 관객이 몇 사람 되지 않았는데, 젊은 관객들은 영화에 걸맞은 태도를 보이는 데 비해 6, 70대로 보이는 남녀 몇이 계속 떠들어서 나이 든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그 사람들 중 한 여인은 영화 도중에 핸드폰을 받더니 바로 끊지 않고 계속 통화를 했습니다. 얼마 전에 갔던 한국영상자료원 상영관에서도 노인들이 떠들어서 영화를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젠 아트하우스 모모에까지 찾아와 감상 분위기를 망치니 앞으로는 영화를 보러 어디로 가야할지 창피하고 서글픕니다.


저도 노인이지만, 이 나라엔 나잇값을 못하는 노인의 수가 너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노인의 수를 줄일 수 있을까요? 서른다섯 살에 노벨평화상을 받고 서른아홉 살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경제정의캠페인 (Poor People's Campaign)을 준비하다 암살당한 마틴 루터 킹을 생각하면 쌓이는 나이가 더욱 부끄럽습니다. 노인들이 이렇게 행동하면서 젊은이들의 무교양을 꾸짖을 수 있을까요?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홀대한다고 불평할 수 있을까요? 가끔 입을 다물고 있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영화 '셀마'는 말과 침묵의 의미를 그 어떤 영화보다 잘 보여줍니다. '셀마'를 보며 입과 침묵에 대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래에 오늘 '즐거운 산책'의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입과 침묵' 원고를 옮겨둡니다.       



입과 침묵

 

더위를 피해 들어간 카페,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닙니다.

소통과 대화는 꼭 필요하지만

당사자들의 귀에만 들리면 되니

음량을 좀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대화에 가장 많이 쓰이는 눈과 귀와 입,

눈의 날1111일이고

귀의 날99일이지만

입의 날은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입의 날이 없는데도 이렇게 시끄러우니

입의 날이 있었다면 세상은 소음 공장이 되었겠지요.

 

우리 몸 어떤 기관보다 바쁘게 일하는 입,

한 달에 하루쯤 쉬게 하면 좋지 않을까요?

매월 첫날을 침묵의 날로 정해

이날은 글씨나 그림만으로 대화하게 하면 어떨까요?

지구촌 대부분의 지역에서 침묵은 금보다 귀하니

메르스때문에 줄어든 외국 관광객들이

침묵을 보러 한국으로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