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단오', 일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하다는 날이지만 어젯밤 비가 내렸으니 단오의 양기가 조금
줄었을 것 같습니다. 메르스 환자를 뜻하는 '양성' 반응이란 말 때문인지 '양'이라는 말이 반갑지 않습니다.
예전에 단오에는 창포 삶은 물로 머리를 감았다지만 오늘은 반가운 빗물에 머리를 씻고 싶은데
비는 오지 않고 안개만 자욱합니다.
젖은 땅과 하늘을 보니 오래 전 봄비 속에 찾아갔던 부여 신동엽 시인 댁이 생각납니다. 낮은 담과 툇마루,
그 툇마루에 앉으니 그곳에서 담 밖의 세상을 보며 때론 부끄러워하고 때로는 분노했을 시인이 떠올랐습니다.
마침 <신동엽 전집>이 눈에 띕니다. 아무데나 펼치니 151쪽입니다. 장시 '금강'의 제 9장,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로 시작하는 장의 중간 부분입니다.
"...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저 여자만의 문제로
끝나는 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 속서 저러고 싶어
꿈틀거리고 있을건가.
..."
어제 '신경숙 표절 사건'과 관련해 여기에 '창비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썼는데 하필 이 구절이라니...
그 글을 쓸 때도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창비 사람들은 억울해 할지도 모릅니다. 더 나쁜 짓 많이 하는
놈들도 많은데 우리를 이렇게 욕하느냐고... 그러나 지금 창비를 욕하는 사람들은 창비를 사랑하는
사람들일 겁니다. 제 9장의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一生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 속의 구름.
..."
그러고보니 이 책도 '창비'에서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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