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언론사 인턴과 기자의 윤리(2015년 4월 25일)

divicom 2015. 4. 25. 08:34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었습니다. 어제 인터넷의 바다에서 '책의 날'에 관련된 기사를 보다가, 책을 6분만 읽어도 스트레스가 68퍼센트나 줄어든다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한국경제TV 와우스포츠'가 보도한 기사인데, 작성자는 인턴 기자로 되어 있었습니다. 영국의 일간지 'The Telegraph'의 기사를 인용한 기사이지만, 그 기사가 그 신문 몇 일자에 실렸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뉴스 기사 작성에는 '육하원칙(5W+1H)'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Who, When, Where, What, Why, How' 입니다. 몇 일자에 실린 기사인지가 궁금해 찾아보니 2009년 3월 30일에 보도된 것이었습니다. 


남의 나라 신문이 6년 전에 보도한 것을 마침 요즘 보도한 것처럼 인용해 싣는 것은 기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독서의 효능을 알려 독서 인구를 늘리고 싶다는 선의도 이런 일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인턴 기자는 이 기사가 기자, 나아가서는 언론의 윤리를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쉽습니다. 인턴이니까요. 인턴 기자가 이런 기사를 작성해 선배 기자에게 보였다면, 그 선배 기자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가르쳐줬어야 합니다. 차마 남의 나라 신문이 6년 전에 보도했던 것이라고 밝힐 수 없었다면, 아무리 기사가 매력적이어도 쓰지 말았어야 합니다. 


이 기사를 쓴 인턴 기자보다 이 기사를 내보낸 윗사람들이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기사 말미에 나와 있는 메일 주소로 이메일을 보냈지만 '주소 불명확'으로 반송되어 왔습니다. 


행여 이 인턴 기자가 '기사는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이라거나 '기사는 이런 식으로 써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지나 않을까 저어됩니다. 이 기사를 쓴 사람을 비롯해 여러 언론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분들, '기사의 생명은 정확과 정직'입니다. 오늘의 '기사'가 내일은 '역사'가 되니까요. 선배들이 뭐라 하든, 부디 '정직하고 육하원칙을 지키는 기사'를 써 주길 바랍니다. 


문제의 기사는 http://sports.wowtv.co.kr/news/view.asp?newsid=WS00000015840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