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세계 책의 날'과 '책의 수도' 인천(2015년 4월 24일)

divicom 2015. 4. 24. 09:59

어제는 '세계 책의 날'이었습니다. 공식명칭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인데, 1995년 제28차 유네스코(UNESCO) 총회에서 제정되었다고 합니다. 4월 23일은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했던 세인트 호르디의 날이자, 세계적인 작가 세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어서, 이 날을 '세계 책의 날'로 정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또 매년 '세계 책의 수도(World Book Capital)'를 선정하는데, 올해 '책의 수도'는 인천입니다.

인천은 내년 이맘 때 새 '책의 수도'가 결정될 때까지 '책의 수도' 노릇을 하게 되는데, 이미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의 날'과 '책의 수도'를 기념하는 행사들을 보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기는커녕 씁쓸해집니다. '책의 날'이 정해진 건 사람들이 전보다 책을 덜 읽기 때문이고, '저작권의 날'이 정해진 건 '아는 것'으로 돈 벌려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책을 쓴 사람이 적당한 액수의 저작권료를 받아 생활하는 건 좋지만 사후에까지 자자손손 저작권료를 받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이 '아는 것'은 그 사람 개인의 것이 아니고 인류가 축적한 지식과 지혜에 힘입은 것이니, 그것을 남들과 나누는 건 당연합니다. 저작권을 'copyright'라고 하니, 저작권에 반대하는 생각을 'copyleft'라고 합니다. 저처럼 카피레프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원작과 원저자를 밝히기만 하면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도 인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 나라에서 책을 읽는 것, 특히 학생이 책을 읽는 것은 밥 먹고 잠 자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세계화'의 바람에 경제적 부에 대한 열망이 더해지면서 '책이 밥을 주느냐, 돈을 주느냐?'는 식의 태도가 생겨났고, 소설책을 읽는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는 게 '남는 것'이라는 풍조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세상엔 무식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무식한 사람'은 학교를 다니지 못한 사람이 아니고 '사유할 줄 모르는 사람'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행동할 줄 모르는 사람' '남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을 뜻합니다. '무식하지 않은' 사람은 혹시 자신이 무식한 것 아닌가 늘 자문하기 때문에 떠들지 않지만, '무식한' 사람은 자신이 무식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니 세상이 시끄러운 것이지요.


책은 혼자 읽는 것입니다. 혼자 읽어야 책과 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책을 읽는 것은 기도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지요. 홀로 골방에서 기도해야, 내 기도를 들어주는 이와 나의 대화가 가능하니까요. 여럿이 모여 책을 읽는 것과 여럿이 모여 기도하는 것은 일종의 '단체 요법(group therapy)'입니다. '책을 읽었다, 기도했다'는 기분을 함께 나누며 스스로 위안을 삼으니까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The Telegraph)'가 2009년 3월 30일 자에 보도한 것을 보면, '독서'는 매우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합니다. 6분 정도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68퍼센트나 감소하는데, 어떤 책인가는 상관없다고 합니다. http://www.telegraph.co.uk/news/health/news/5070874/Reading-can-help-reduce-stress.html


지금 우리나라, 아니 세계가 직면한 무수한 문제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홀로 '아무렇지도 않은' 상태에서 책을 읽으면 해결되겠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하겠지요. 어제 초저녁 지하철에서 보니 남녀노소 모두 스마트폰에 눈을 박고 있었습니다. 먼 훗날 역사가들은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기록할까요?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문명의 쇠퇴기'라고 하겠지요. '스마트(smart)'라는 이름이 붙은 전화기로 인한 인간의 '바보화'... 참 아이러니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