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원주 여인 소방장갑 기부(2015년 3월 17일)

divicom 2015. 3. 17. 08:37

지난 금요일(13일), 50대로 보이는 여인이 강원도 원주의 원주소방서를 방문했다고 합니다. 

이 여인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소방서 1층 사무실로 들어와서 

'현장에서 고생하는 소방관들의 안전장갑을 사는 데 써 달라'며 종이 상자 하나와 

풀빵 한 봉지를 내놓았다고 합니다,

 

인터넷 뉴스에 실린 상자의 사진을 보니 모 기업이 판매하는 참기름 상자인데, 

기름때 묻은 상자 표면에는 '남의 생명만큼 당신도 소중하게'  '생명을 구하는 손은 항상 따뜻하게',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검은 글씨는 상자와 달리 정갈합니다. 


소방관들은 이름만이라도 알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여인은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며 

매년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남기고 떠났다고 합니다.

종이 상자에는 259만1천원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원주는 몇 해 전에 한 번 가보고 대번에 좋아하게 된 곳인데 이 익명의 선행 덕에 더욱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259만 천원... 제게는 매우 큰돈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그다지 큰돈이 아닐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분이 안전장갑도 없이 화재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들의 소식을 접하고 

저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정부를 욕하는 대신 스스로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섰다는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이 매명의 시대에 이름을 숨기고 선행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동행에게 감사하며 늘 건강하시기를 축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스승입니다!


*사족: 이 나라에서는 정부가 당연히 예산을 써야 할 일에 쓰지 않고 민간의 기부와 선심에 의지하는 일이 

흔합니다. 소방관들에게 방화장갑과 방화복은 필수입니다. 위인설관(爲人設官)과 예산 낭비가 봄비보다 

흔한 나라... 정부가 소방관들의 필수장비를 지급해주길, 소방관들이 방화장비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것을 

거부하길 바랍니다. 위 50대 천사의 말처럼 소방관들의 목숨도 다른 사람들의 목숨만큼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