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늦게 피는 꽃(2014년 5월 25일)

divicom 2014. 5. 25. 11:19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고 최백호 씨의 '그쟈', 소프라노 송광선 씨의 '그네' 등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행복'이 외부 조건의 충족에서 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행복은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각 개인의 '능력'에 따라 느낄 수도 있고 영영 느껴볼 수도 없는 '상태'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디 자주 '행복'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그쟈'는 '그렇지?'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언젠가 부산에 갔을 때 거리마다 사람들이 모여 목청을 높이기에 싸우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싸우는 게 아니고 그냥 얘기하는 거였습니다. 거리에서 큰소리로 말하는 사람들도 때로는 최백호 씨가 '그쟈'를 부를 때처럼 다정하고 애틋한 목소리를 내겠지요. 


'그쟈'의 노랫말처럼, 흐드러지게 핀 꽃들과 그들의 향기가 빛을 잃었던 4월과 5월이 지나갑니다. 다가오는 6월 1일도 새달의 첫날이라기보다 5월 32일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는 '늦게 피는 꽃'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찍 만개하는 꽃과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보다 느리게 자신을 드러내는 꽃과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은 제 속도로 제 할 일을 하는 사람과 사물 덕에 아름답겠지요. 아래에 최백호 씨의 '그쟈'와 '들여다보기'를 옮겨둡니다.  



그쟈


봄날이 오면은 뭐하노 그쟈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

꽃잎이 피면은 뭐하노 그쟈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

그래도 우리 맘이 하나가 되어

암만 날이 가도 변하지 않으면

조금은 외로워도 괜찮다 그쟈

우리는 너무너무 사랑하니까...



늦게 피는 꽃


골목길에 피었던 철쭉꽃이 다 지고 잎만 푸른데

그 아래 그늘 속에 하얀 꽃 한 송이가 보입니다.

 

베란다의 재스민 꽃이 보라로 피었다가

하얗게 져 떨어지고 며칠이 지났는데

푸른 잎 뒤에서 보라 꽃 두 송이가 수줍게 얼굴을 내밉니다.

 

사람도 어려서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중년에 이르러 일가를 이루는 사람이 있고

꽃도 다른 꽃들 필 때 어울려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홀로 천천히 피는 꽃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이 누구인지 무얼 해야 하는지 잊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겠지요.

장미들이 빨갛게 웃는 골목 한쪽의 하얀 철쭉,

라일락 향기 사라진 베란다의 재스민 향이 특별히 반가운 건

제가 그들처럼 더딘 사람이어서인지 모릅니다.

 

주변에 저처럼 더딘 친구가 있거든

늦게 피는 꽃이구나 하고 기다려주십시오.

거리를 걷다가 늦게 핀 꽃을 만나시거든

애썼다, 대견하다격려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