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시민 시위 부르는 국정원 (2013년 6월 24일)

divicom 2013. 6. 24. 23:56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을 비난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을 보니 참으로 착잡합니다. 제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또 제 아우들이 대학에 다니던 시절 보았던 낯익은 풍경이 다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역사엔 반복은 있되 발전은 없다는 누군가의 주장이 옳다는 말인가요?

 

오늘은 일반 시민들도 대학생들의 시위에 동참해 오후 7시쯤엔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규탄하고 국정조사와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오늘 집회에 모인 사람은 600~700명으로 지난 주말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모였다고 합니다. 일요일 집회에서 고등학생 한 명이 경찰이 쏜 최루액에 맞아 더 많은 사람을 모이게 되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KBS, MBC, YTN 등은 21일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계속 열리고 있는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MBC21, 22일 뉴스데스크에서 관련 소식을 방송하지 않았으며, YTN은 종일 뉴스를 보도하는 채널임에도 이틀 동안 단 한 번도 촛불집회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KBS21일에는 밤 9시뉴스에서 보도하지 않았고, 22일에는 단신으로 보도했다고 합니다.

 

오늘 서울 시내 한복판 시위현장에 나온 70대 부부는 배운 학생(대학생)들이 나라의 큰일에 나서지 않아 서운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 시국선언 하는 것을 보고 역시 지성인이구나했다학생들에게, 민주주의에 조그만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시위를 촉발시킨 국정원은 서울 시민이 천만 명이 넘는데 겨우 육칠 백 명이 모였으니 별 것 아니라고 좋아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큰불도 처음엔 작은 불씨로 시작합니다. 언제 600명이 6000명이 되고 60000명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진실을 가리기 위해 돌아가신 대통령을 욕보이고 외교관례를 위반하고 국가비밀문서를 재분류하며 꼼수를 쓰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 국정원이 특정 정당 혹은 특정인에게 충성할 때,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당한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을 고하고 참회하며 합당한 벌을 받는 것입니다. 국정원의 반성만이 촛불이 큰불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파이낸스센터 앞에 가지 못했지만 그 시각 그곳에 가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와 존경을 보냅니다. 여러분 같은 동행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