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참외, 사과, 무궁화 (2013년 6월 23일)

divicom 2013. 6. 23. 11:23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에서는 수박과 참외와 사과에 대해 생각해 보고 무궁화 노래를 들었습니다.

엊그제 산책하다가 수줍게 핀 무궁화를 보았습니다. 무궁화...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있지만, 나라꽃은 나라꽃입니다. 좋아하지 않는 분이 너무 많아 다른 꽃으로 대체한다 해도 그때까지는 무궁화가 나라꽃입니다. 나라꽃은 나라를 상징하는 꽃입니다. 자신이 태어나 자란 나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모국은 모국입니다. 나를 낳아 키운 부모에게서 싫은 점이 많이 보여도, 부모는 부모인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무궁화 얘기를 하면 그 꽃은 별로 아름답지 않다며, 왜 하필 그 꽃으로 나라꽃을 삼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얼핏 못 생긴 듯한 사람도 찬찬히 보면 반드시 예쁜 데가 있습니다. 하물며 무궁화는 꽃이니 예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예쁘지 않다고 마음 먹고 보니 그 아름다움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 속에 있다'는 말이 있을 겁니다. 이제 막 산책길에 피기 시작한 무궁화, 여러 달 동안 '무궁히' 이어 필 것입니다. 못 생긴 자녀에게서도 예쁜 곳을 찾아내는 부모처럼, 사랑의 마음으로 들여다 봐 주십시오. 아래는 '즐거운 산책'의 제 칼럼 '들여다보기'의 내용입니다.


참외

 

요즘 과일가게는 고갱의 작품 전시회 같습니다.

짙푸른 바탕에 검은 줄 선명한 수박과 노랗게 익은 참외를 보면

흐린 날에도 뜨거운 햇살이 떠오릅니다.

 

대형마트에서는 특수 저장해두었던 사과가 제철처럼 맛있다고 큰소리치지만

사과는 가을에 따서 여름이 오기 전까지 먹는 과일입니다.

여름에 푸석푸석 맛이 없어지는 건

사과가 여름 과일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땀 흘리는 여름엔 부족한 수분을 보충해 주고 이뇨작용을 돕는 수박,

열을 내려주고 피부 노화를 막아주는 참외를 먹어야 합니다.

 

언제부턴가 한겨울에 여름 과일을 먹고,

한여름에 겨울 과일을 사먹는 게 유행입니다.

그러나 의학적인 이유 때문이라면 몰라도

겨울에 수박과 참외를 먹고, 한여름에 사과를 먹는 건,

청년은 앉아서 가고 노인은 서서 가는 것처럼 잘못된 일입니다.

 

한 겨울에 아무리 잘 지은 비닐하우스에서 수박과 참외를 키운다 해도,

여름 햇살이 익힌 것들과는 다릅니다.

특수 저장고에 두었던 사과는 여름에도 아삭거린다지만

가을 사과하고는 다르겠지요.

 

마침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고갱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작품을 둘러보신 후 수박이나 참외를 드시면서

고갱의 질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지금은 여름입니다.

사과 말고 수박과 참외를 먹는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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