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젓가락질 (2013년 6월 9일)

divicom 2013. 6. 9. 10:42

오늘 아침 tbs'즐거운 산책'에서는 '젓가락질'에 대해 생각해보고, 지난 목요일 현충일을 기념하여 가곡 '비목'을 들었습니다. 따가운 햇살을 받아 짙어가는 나뭇잎 아래를 뛰어 다녀야 할 어린이들, 그러나 어른들이 하라고 하는 일을 하느라 뛰어다닐 시간이 없는 어린이들, 그 불행한 아이들을 생각하며 '초록빛 바다' '고기 잡이' '누구를 닮을까' 등의 동요도 들었습니다.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가르칠 것은 젓가락질과 같은 기본적 생활습관과 최소한의 예의뿐입니다. 공부니 독서니 하는 것들은 어른이 하면 어린이들은 따라서 합니다. '배울 學'의 원래 의미는 '흉내내다'라고 하니까요. 자신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권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들, 자신은 할 줄도 모르고 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어른들의 반성을 촉구합니다. 아래는 '즐거운 산책'의 한 코너 '들여다보기'에서 오늘 방송된 '젓가락질'의 내용입니다. 


아시다시피 '비목'은 6.25전쟁에서 산화한 젊은이의 돌무덤 앞에 세워진 나무 비석을 일컫는 말입니다. 1950년 남북한 사이에서 벌어진 동족상잔의 비극에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습니다. 그러나 6.25 전쟁은 휴전상태일뿐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남북관계는 부침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다시는 6.25와 같은 수치스러운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다시는 젊은이들이 꿈과 함께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젓가락질

 

텔레비전 화면 가득 먹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아무리 예쁜 입도 크게 벌려 음식을 먹으면 예쁘지 않은데,

그 입을 가까이서 보여 주니 눈을 돌리게 됩니다.

 

먹는 프로그램을 보기가 괴로운 건 입 때문이기도 하지만,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돈이 없거나 병에 걸려 먹을 수 없을 땐

맛있는 음식도 고통을 주는 대상일 뿐입니다.

 

먹는 프로그램을 보기 싫은 또 하나의 이유는 젓가락질 때문입니다.

어린이는 말할 것도 없고, 이삼십 대 젊은이들 중에도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젓가락질도 못하면서 한입 가득 욕심껏 밀어 넣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도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되겠지요.

 

어떤 음식을 먹는가가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 준다고 하지만

어떻게 먹는가를 보아도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고명한 사람도 젓가락질을 못하면 바보 같고,

초등학생이라도 젓가락질을 우아하게 하면 가볍게 대할 수가 없습니다.

 

그깟 젓가락질 가지고 뭘 그리 따지느냐고 하시겠지만

젓가락질은 우리 사회를 반영합니다.

젓가락질을 못해도 많이 먹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방법이야 어떻든 원하는 것만 얻으면 된다는 풍조를 부추기니까요.

 

텔레비전에서 먹는 사람들을 보여주려면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게 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