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는 아직 건설 공화국이라 자꾸 큰 나무를 베거나 뽑고 작은 나무를 심습니다. 전에는 집에서 멀지 않은 대학교 앞에 큰 그늘을 만드는 나무들이 많았는데, 학교 앞에 상가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게는 산이 하나 있습니다. 한반도 남쪽 한 귀퉁이에 있는 산인데 아직 한 번도 가 보진 못했습니다. 젊은 시절, 지금의 룸메이트가 제 꿈을 이뤄주려고 산 산입니다. 지금보다 더 가난했던 그때이지만 제 꿈은 지금과 같았습니다. 늘 큰 나무 아래를 걷고 싶다는 것이지요. 가난한 남편이 가난한 아내의 꿈을 이뤄주려고 산 산이니 전국에서 가장 값이 싼 산이었고 여전히 그렇습니다. 살다가 힘들 땐 그 산을 생각했습니다. 난 언제든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그 산으로 갈 수 있다고..